‘센카쿠式 갈등’ 韓中간에도 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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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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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어선전복 한국책임” 주장

한국 해경 경비함과 중국 어선의 충돌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건에 대해 중국 정부가 강공으로 나오면서 외교 마찰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건은 특히 천안함 폭침 사건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한중 관계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터진 것이어서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중국, 사고 사흘 뒤 강경 자세로 급전

중국 정부와 언론은 사건 발생 직후에는 별다른 얘기가 없다가 사고 3일 만인 21일 한국 측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올해 9월 7일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인근 해상에서 중국 어선이 일본 해상 경비정을 들이받아 선장이 억류되면서 커다란 중-일 갈등으로 비화한 사건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중국 정부의 강공은 이번 사건의 책임이 국제법적으로 따져볼 때 한국 측의 잘못이 더 크다고 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뒤늦게 불만을 토로하면서 한국 수사당국의 조사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한 데다 자국 어선의 불법조업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서 한국의 단속 책임자에 대한 처벌까지 요구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또 사건 발생 후 중국 누리꾼이 들끓은 것도 중국 정부로서는 무시하기 어렵다. ‘차이샤’란 이름의 누리꾼은 중국의 인기 포털 사이트인 시나닷컴에 올린 글에서 “댜오위다오 사건 때 일본인도 우리를 죽이지 못했는데 한국인이 그런 건방진 일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매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누리꾼의 이런 반응엔 중국 관영언론이 한몫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국제시사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20일 “63t의 어선이 3000t의 경비정을 들이받는 것은 자살행위와 같다”며 한국 수사당국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신문은 또 “중국 어민은 생업을 이어가는 약자인데 한국 언론은 마치 폭도처럼 묘사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중국 정부의 거듭된 자제 요청에도 20일 실탄 사격훈련을 실시한 것도 중국의 불만을 키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사고 경위와 양측 입장

현재 가장 큰 쟁점은 단속을 당한 중국 어선이 당초 어디에서 조업을 했느냐와 우리 해양경찰청의 단속이 어디에서 이뤄졌느냐다. 중국 어선의 조업 지점이 한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이었다면 설령 한국의 EEZ 밖으로 도주하더라도 어선에 승선해 단속할 권한이 있다.

하지만 당초 조업 지점이 한중 양국의 EEZ가 겹치는 잠정조치수역이라면 설령 불법조업이라 할지라도 단속 권한과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여기서는 기국주의(旗國主義)에 따라 한중 양국 모두 자국 어선에 대해서만 단속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단속을 하려면 상대국에 통보해야 하며 상대방 어선에 승선할 권리도 없다. 중국 측이 주장하는 내용도 바로 이것이다.

당초 조업 및 단속 지점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은 채 전북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 북서방 72마일로 발표했던 해양경찰청은 이날 중국 측의 주장에 대해 함구로 일관했다. 해경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양국 간에 민감한 사항이어서 어떤 것도 확인해줄 수 없고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해경은 중국 어선이 한국 측의 EEZ에서 불법조업을 하다 잠정조치수역으로 도주한 것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해경이 처음 발표한 어청도 북서방 72마일은 한중 양국의 잠정조치수역이다. 잠정조치수역은 2001년 4월 체결된 한중어업협정에 의해 한국과 중국의 어선에 한해 신고할 필요 없이 자유롭게 조업할 수 있도록 허용된 수역을 말한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중국에서 200해리, 한국에서 200해리 되는 수역을 각국의 EEZ로 정하되 중복된 지역은 잠정조치수역으로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선의 당초 조업지점이 우리의 EEZ였다면 설령 뒤늦게 단속을 피해 잠정조치수역으로 도주에 성공했다 할지라도 이는 명백한 불법조업으로 단속 대상이다. 이와 관련해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조업 허가를 받지 않은 중국 어선이 우리 EEZ 안에서 조업을 하다 해경이 단속에 나서고 추적하자 단속지점인 잠정조치수역으로 도주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중국 배가 조업하던 곳은 우리의 EEZ 끝부분으로 잠정조치수역 근처였다”며 “중국이 원하면 공동조사에 응할 용의도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의 단속에 아무런 법적 문제도 없다는 얘기다.

환추시보는 이날 “중국 어선이 겨울철 깊은 바다로 이동하는 어족을 따라가려다 그곳(조업 지점)에 들어간 것 같다”고 보도했다. 중국 언론 역시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군산=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동영상=EEZ 넘어와 치어까지 싹쓸이, 중국어선 불법조업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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