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22명 “한미FTA 단독처리 거부”

  • 동아일보

소장파 “물리력 동원 악순환 끊겠다… 어기면 19대 총선 불출마”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 22명이 16일 국회에서 ‘국회 바로 세우기를 다짐하는 국회의원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의원직을 걸고 물리력에 의한 의사 진행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초선의 홍정욱 의원(왼쪽에서 네 번째)이 성명서를 읽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 22명이 16일 국회에서 ‘국회 바로 세우기를 다짐하는 국회의원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의원직을 걸고 물리력에 의한 의사 진행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초선의 홍정욱 의원(왼쪽에서 네 번째)이 성명서를 읽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수도권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한나라당 의원 22명이 16일 “앞으로 힘으로 밀어붙이는 국회의 의사진행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이를 지키지 못하면 19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이 예산안 파문의 화살을 당 지도부나 청와대로 직접 겨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예산안 강행 처리 이후 불거진 여권의 내홍은 진정 국면에 접어든 양상이다. 하지만 새해 들어 여야 간 첫 번째 전선(戰線)이 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처리 등을 놓고 여권 내 난기류가 조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한미 FTA 비준 동의가 시금석

성명에 참여한 한나라당 의원은 남경필 황우여(이상 4선) 권영세 이한구 정병국(이상 3선) 신상진 임해규 진영(이상 재선) 구상찬 권영진 김선동 김성식 김성태 김세연 김장수 성윤환 윤석용 정태근 주광덕 현기환 홍정욱 황영철 의원(이상 초선) 등 모두 22명이다.

이들은 ‘자성과 결의’라는 성명에서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폭력에 얼룩지게 만든 책임이 우리 자신에게도 있음을 깊이 반성한다”며 “앞으로 우리는 의원직을 걸고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지키지 못할 때에는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임을 국민 앞에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성명에 참여한 홍정욱 의원은 “22명이 강행처리에 참여하지 않으면 한나라당은 과반수가 될 수 없다”며 “밀어붙이기식 정치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이보다 실질적 방법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성명에서 가장 주목받은 의원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는 남경필 의원이다. 남 의원은 내년 1월경 논의하게 될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상임위 처리에 열쇠를 쥐고 있다.

남 의원은 성명 발표 뒤 기자들을 만나 “물리력을 동원해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18대 국회에서 여당의 단독 처리는 없다”고 못 박았다. 현재 야당이 한미 FTA 비준 동의에 격렬히 반대하는 상황에서 여당 소속 상임위원장까지 단독 처리 가능성을 배제함에 따라 비준동의안 처리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내홍 겪은 성명에 싸늘한 반응

이날 성명이 채택되기까지 참여 의원들 사이에서도 견해차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19대 총선의 불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은 대목이었다. 앞으로 정치적 변수가 많은데 조건부 불출마 선언이라도 자칫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때문에 권택기 박민식 신성범 이학재 의원(초선) 등이 최종 성명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고 한다. 또 배영식 의원(초선)은 언론에 배포한 성명에 이름이 포함됐지만 이후 “(성명) 내용 중 일부가 나의 견해와 상충됐다”며 자신의 이름 삭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남경필 김성식 의원 등이 “불출마란 배수진이 없으면 진정성을 의심받는다”며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성명 발표에 한나라당 내부 반응은 싸늘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의회민주주의 핵심인 다수결 원칙이 무시되는 상황에서 표결행위를 막는 야당의 비민주적 행태를 먼저 지적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정작 8일 예산안 처리 당시엔 ‘돌격대’로 나섰던 의원들이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반성문이 진심이라면 날치기 법안을 폐기하는 데 앞장서기 바란다”고 논평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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