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치외법권지대’ 만드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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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정치자금 기부 전면허용… 뇌물죄 처벌 차단…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안보위기에 국민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원 후원금에 대해서는 뇌물성 여부를 아예 따지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후원금 불벌법(不罰法)’ 추진이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일 정치자금제도개선소위원회를 열어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발의한 ‘정치자금법 개정안’ 심사에 착수했다. 행안위 소속 한 한나라당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6일 여야 합의로 백 의원 개정안을 소위와 전체회의에서 일괄처리해 7일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백 의원 법안에 동의를 해달라”는 제안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개정안은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전면 허용했다. 단체로 하여금 연간 3억 원 한도 내에서 의원 한 명당 연 1000만 원을 후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기부 주체와 목적과 관계없이 후원금을 건넨 쪽이나 받은 쪽은 뇌물죄 등으로 처벌할 수 없도록 했다.

또 정치자금 범죄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이 없는 한 검찰이 기소를 할 수 없도록 해 불법정치자금에 대한 형사처벌을 사실상 봉쇄했다. 공무원과 교사의 후원금 기부도 허용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명시하고 있는 헌법 위반 논란도 예상된다.

이 개정안에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청목회 수사 대상인 강기정 의원, 청목회로부터 현금 500만 원을 받은 이춘석 대변인 등 민주당 의원 12명이 서명했다. 발의자인 백 의원은 친노 386그룹의 대표자격으로 활동해왔다.

검사 출신인 노명선 성균관대 교수(법학)는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국회의원의 ‘돈’은 치외법권 지대로 설정하겠다는 의도로밖에는 해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내에서도 의원들의 ‘직업 이기주의’가 노골적으로 담긴 법안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법사위 한나라당 간사인 주성영 의원은 “국회의원을 형사처벌할 수 없도록 하는 ‘방탄용 특례법’인데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제한적으로 두고 있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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