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도발]中비난 안했지만 ‘주변국 역할’서 아예 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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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국민담화 발표 뒷얘기

이명박 대통령의 29일 대국민담화문은 발표를 30분 앞둔 오전 9시 반이 되어서야 확정됐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오전 3시까지 독회를 챙겼고, 이 대통령은 오전 8시에 시작한 최종 문구 점검을 직접 주도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으로 오전 10시 정각에 들어섰다. 담화문 낭독을 마친 뒤엔 목례만 한 채 퇴장했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시였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규탄하는 5·24 담화문 때 이 대통령은 연단 주변의 출입기자들과 악수를 했었다.

담화문에서는 북한에 사과를 요구하지도 않았고, ‘김정일’이란 이름도 거론하지 않았다. “김정일-김정은 부자에게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는 5·24 담화 때는 ‘김정일 위원장’이란 표현을 포함시킬지를 놓고 장고(長考)한 끝에 “향후 관계 개선의 장애물은 피하자”며 ‘북한 정권’이란 표현으로 둘러간 바 있다.

이번 담화문에서 “북한 스스로 군사적 모험주의와 핵을 포기하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콕 찍어 말한 것은 ‘햇볕정책의 종언’을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고 참모들은 설명했다.

국제사회에 대해서는 ‘미국 강조, 러시아 배려, 중국 제외’라는 판단을 세심하게 반영했다. 미국의 지지를 두 차례 강조했고, 천안함 사건 때와는 달라진 러시아의 지원을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 일본 독일 영국 정상뿐만 아니라 러시아를 포함한 많은 나라”라는 문장을 선택함으로써 러시아를 우방국과 동렬에 놓지는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객관적 실체를 외면한 중국을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6자회담 참가국 가운데 유일하게 언급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연설 말미에 등장하는 “백 마디의 말보다 행동으로 보일 때”라는 표현은 이 대통령이 최종 독회 때 직접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담화문 발표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 경질을 결정한 25일 논의되기 시작했다. 한 관계자는 “뾰족하게 내세울 해법이 마땅찮았지만 대통령이 국민 불안을 덜어줘야 한다는 점에서 26일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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