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세중나모 압수수색]“홍시 안 떨어지면 나무 흔들 것” 千 귀국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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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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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소속 수사관들이 서울 중구 태평로 세중나모여행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압수물품을 담을 상자를 사무실 안으로 들여가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소속 수사관들이 서울 중구 태평로 세중나모여행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압수물품을 담을 상자를 사무실 안으로 들여가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67)의 금품수수 혐의에 대해 최대한 언급을 피하던 검찰이 오랜 침묵을 깨고 28일 천 회장의 회사 집무실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이는 검찰이 천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검찰 내에서는 이미 천 회장을 구속 수사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강하다. 천 회장이 이르면 이번 주말경 귀국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검찰 관계자는 “들어온 뒤에야 들어왔다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차갑게 말했다.

○ 압수수색은 귀국 압박용

이번 압수수색의 1차 목적은 천 회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두 달 이상 해외에 머물면서 검찰의 소환 통보에 불응하고 있는 천 회장을 귀국시키기 위한 ‘압박용’이란 해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달 천 회장의 금품수수 혐의를 포착한 검찰은 그간 천 회장의 변호인 등을 통해 ‘말’로 귀국을 종용해 왔다. 9월 말부터 최근까지 최소 두 차례 출석할 것을 공식 통보했지만 천 회장은 이를 거부했다. 더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검찰은 천 회장을 움직일 수 있는 ‘강제수사력’을 동원하고 ‘칼’을 빼들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검찰 내부에서 “이제는 입만 벌리고 홍시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지 않을 것이며 필요하면 나무를 흔들 것”이란 말이 나온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 천 회장이 귀국하지 않는 것은 자유이지만, 오히려 그게 일만 더 키우는 ‘자충수’가 될 것이란 사실을 강하게 알리는 경고 메시지인 셈이다.

검찰 내에서 천 회장의 귀국이 지연될수록 혐의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같은 흐름에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재계 인사들이 각종 사업상의 ‘민원 해결사’로 천 회장에게 줄을 댔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나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인 대기업 수사 과정에서 천 회장의 또 다른 혐의가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범죄 피의자가 해외에서 들어오지 않을 때에는 대개 범죄인인도청구를 위한 절차를 밟게 된다. 하지만 현지에서 신병인도재판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강제송환까지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수년이 걸린다. 따라서 올해 말까지 천 회장 관련 수사를 매듭지으려는 검찰로서는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도 일단 압수수색을 통한 압박작전을 선택한 듯하다.

○ 정치권 司正 위한 사전정지?

나아가 검찰은 C&그룹과 태광그룹, 한화그룹 등 곳곳에서 벌이고 있는 대기업 수사와 관련해 정치권 로비 의혹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먼저 천 회장 문제부터 명확하게 정리하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C&그룹 수사에서는 구 여권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상황이라 현재 야당 일각에서는 “야당 탄압을 노린 정략적 수사”라는 반발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정치권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천 회장부터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하게 내비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른바 ‘살아있는 권력’도 철저하게 수사하는데, 여당이건 야당이건 누가 걸려들더라도 이의를 달지 말라는 복선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천 회장에 대한 수사가 ‘MB판 읍참마속(泣斬馬謖)’이 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천 회장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지만, 일정 시한 안에 귀국하지 않을 경우 검찰은 체포영장이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수순까지 거침없이 밀고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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