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쿨한가’ 고민하는 정세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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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최고위원회의 불참… 민주당 전대 후유증 불가피

10·3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연임에 실패한 정세균 전 대표가 거취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불과 한 달 전까지 당 대표실의 주인이었던 정 전 대표는 4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손학규 신임 대표가 주재한 첫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불참에 대한 사전 연락도 하지 않았다. 정 전 대표가 당 대표 시절 임명한 전병헌 정책위의장, 이미경 사무총장, 윤호중 수석사무부총장 등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 2년간 정 전 대표를 중심으로 주류의 최정점에 있던 인사들이 일시에 자취를 감춘 것이다. 정 전 대표는 최고위 회의에 앞서 새 지도부가 함께한 첫 일정인 국립서울현충원 및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도 빠졌다.

그 시간 정 전 대표는 김진표 전 최고위원, 최재성 백원우 의원, 윤 부총장, 한병도 김교흥 전 의원 등 측근들과 조찬을 하면서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

정 전 대표는 “새 지도부엔 손 대표와 ‘쇄신연대’ 소속이 넷이나 있다”며 용퇴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의원 등은 “사퇴하는 게 맞다”고 했지만 대다수는 “지도부에 남아 당의 화합을 끌어내는 것이 진정한 선당후사(先黨後私)”라고 강하게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대표는 “적어도 하루 정도는 쉬고 싶다”며 결론을 유보한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고 한다.

그는 3위에 그친 전대 결과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反)정세균’을 기치로 내건 쇄신연대가 정동영, 천정배, 박주선, 조배숙 최고위원의 동반 입성을 성사시킨 반면 기존 주류 측에서는 정 전 대표의 직계인 최재성 의원이 홀로 낙선했다. 본인 혼자 비주류에 둘러싸이는 주류-비주류 간 전면적 세력교체가 일어난 것이다. 정 전 대표는 특히 당 운영을 함께했던 386그룹 대부분이 전대 레이스 도중 ‘탈계파’를 명분으로 자신에게 등을 돌린 데 대해 적잖은 배신감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선 끝까지 정 전 대표를 지킨 강기정 최재성 백원우 의원 등 몇몇을 제외하곤 결국 손 대표에게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 전 대표는 거취를 둘러싼 자신의 고민이 주변에 전해지자 이날 측근을 통해 “후보 등록 때부터 ‘대표 경선에 출마한 것’이라는 생각에 변함없었던 만큼 (대표가 아닌) 최고위원이 된 작금의 현실을 깊이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 측근은 기자들에게 “정 전 대표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 원로들과 거취 문제를 상의하고 (진퇴 여부를 둘러싼) 고민이 정리되면 회의(최고위 회의)에 참석할 것이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정 전 대표가 자신의 지원군인 친노(친노무현)그룹을 의식해 손 대표에게 쉽사리 힘을 보태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손 대표는 경기도지사였던 2005년 7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해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란 뜻의 ‘경포대’란 신조어가 있다”고 비판했고, 노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을 탈당해 민주당에 합류한 손 대표를 “보따리장수”(2007년 6월 참여정부평가포럼 강연)라고 비난한 바 있다.

당내에선 정 전 대표가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든 수행하든 간에 전대 후유증, 계파 간 신경전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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