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신재민-이재훈 후보자 사퇴]향후 정국 어떻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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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靑에 사실상 ‘비토권’ 새로운 당청관계 신호탄 되나

29일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는 향후 정국 운영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 후보자의 거취를 놓고 ‘인준 표결 통과’ ‘지명 철회’로 여야가 힘겨루기를 했던 것도 향후 정국 주도권을 누가 행사하느냐와 무관치 않았다.

우선 김 후보자의 낙마로 야권은 정국 주도권 회복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관측이 많다. 7·28 재·보궐선거 패배로 힘이 빠졌던 야권은 청문회 정국을 통해 대여 공세에 힘을 쏟아 김 후보자 등의 낙마를 이끌어 냈다. 이에 따라 9월 정기국회와 국정감사, 4대강 사업 예산 심의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야당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수세 국면에 몰렸던 여권은 당분간 흐트러진 전열 정비에 부심할 공산이 크다. 8·8 개각으로 집권 후반기 순항을 한때 낙관했었지만 김 후보자의 거취를 둘러싸고 빚어진 여권 내부의 예상치 못한 파열을 서둘러 봉합하는 게 무엇보다 급하게 됐다.

다만 여권 일각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김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를 조기에 정리하는 선제적 결단을 통해 야권 공세의 예봉을 차단한 점에 그나마 한숨을 돌리고 있다. 그런 결정이 늦어졌을 경우 9월 정기국회 내내 김 후보자 문제로 야권에 질질 끌려 다녀야 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나라당의 한 친이(친이명박)계 의원은 “이 대통령이 좀 아쉽겠지만 질질 끌다가 궁지에 몰리는 것보다는 대통령의 민심반영 의지를 보여주는 게 훨씬 나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낙마는 당청 관계가 새롭게 재편되는 신호탄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 친박(친박근혜)계보다 주류 친이계 의원들이 “지금처럼 민심이반이 지속되면 2012년 (19대) 총선 때 수도권 선거를 장담할 수 없다”며 김 후보자 퇴진을 주도한 점이 근거다. 실제로 김 후보자의 인준 표결이 예정됐던 27일 국회 본회의가 9월 1일로 연기된 것은 야당이 아니라 여당 내부의 복잡한 사정 때문이었다고 한다. 과거처럼 청와대의 뜻이 일방적으로 관철되지 않는 상황에서 앞으로 당청관계는 상당한 긴장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청와대는 “이번 ‘고강도’ 조치로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당청관계에서 파열음이 날 경우 레임덕이 촉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후보자의 낙마가 여권의 대선후보 구도에 미칠 파장도 관심사다. ‘세대교체’ 기치를 내건 김 후보자의 낙마가 후보군의 교통정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 당청 수뇌부는 29일 저녁 서울 시내 모처에서 비공개 회동을 갖고 향후 정국 대책 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선 김 후보자 등의 사퇴에 따른 민심 수습 방안, 차기 총리 및 장관 후보자 인선 문제와 인사검증 시스템 개선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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