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제기된 통일세…논의 본격화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5일 15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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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예상… 통일비용 추산은 ‘천차만별’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8·15 경축사에서 '통일세'라는 화두를 던짐에 따라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통일은 반드시 온다. 그날을 대비해 이제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도 준비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민간 차원에서 통일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은 있지만 대통령이 직접 통일세를 공식 언급한 것은 차원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통일세 도입 필요성과 방법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 등 정부 차원의 세부 준비작업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대통령이 통일세에 대해 준비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관계 부처에서도 세부안 마련을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논란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어떤 방식으로든 국민의 세부담이 늘어나는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조세저항이 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통일세가 공식 화두로 던져진 시점도 통일세 논의에 비우호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남북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통일세 논의를 꺼낸 것은 북한의 급변사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고, 이런 측면에서 북한의 반발은 물론 남한 내의 이른바 '남남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통일비용을 어떻게 추산하느냐도 논란거리다.

통일비용을 통일 순간까지의 비용으로 잡을지, 아니면 통일 후 통일한국이 후유증을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의 비용으로 잡을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이 갑작스럽게 붕괴할지, 남한과의 경제격차를 크게 줄인 상황에서 통일될지 등 어떤 통일과정을 거칠지에 따라서도 통일비용이 크게 차이날 수 있다.

3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랜드연구소 국제경제 전문가인 찰스 월프는 남북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각각 2만 달러와 700 달러 수준이고, 인구는 남한이 4800만명, 북한은 2400만명이라고 가정할 때 북한을 남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드는 비용은 1조7000억 달러(약 200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통일이 이뤄지기 전 북한 GDP가 향후 5~6년 내 지금의 2배가량으로 늘어나고 남한과 같은 수준으로 맞출 필요가 없다면 통일비용은 620억 달러로 크게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피터 벡 미 스탠퍼드대 아시아, 태평양센터 연구원은 통일비용을 최대 5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1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북한 주민들의 소득을 남한 주민의 80% 수준으로 올리려면 30년간 2조~5조 달러가 필요할 것이라며 남한 사람들만 통일비용을 분담한다면 1인당 최소 4만 달러 정도를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올해 통일 20주년을 맞는 독일의 경우 통일비용 문제가 '재앙'으로 표현될 만큼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

1951년부터 통일 직전인 1989년까지 서독 정부가 분단상황에 의해 지출한 경비만 4000억 DM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독일 브레멘 대학의 알폰스 램퍼 교수는 2008년 국내에서 개최된 국제심포지엄에서 "독일은 1990년 통일 이후 매년 800억 유로(550억 달러)의 통일 비용을 부담해왔으며, 이는 최소한 2019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통일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려면 통일세 논의와 준비가 불가피하다"면서도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통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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