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관계 업그레이드 새 틀 짜자]<下>윈윈을 향해…공동이익은 무엇이고 한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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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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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만큼 한중관계도 중요… ‘5대 과제’로 유대 다져야

지금보다 더 균형감각을 갖고 객관적으로 중국을 이해하는 토대에서 전략적 비전을 갖추는 것이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데 필수 요소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올해 5월 한국을 방문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왼쪽)가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건배하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금보다 더 균형감각을 갖고 객관적으로 중국을 이해하는 토대에서 전략적 비전을 갖추는 것이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데 필수 요소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올해 5월 한국을 방문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왼쪽)가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건배하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천안함 사건 이후 시련과 갈등을 겪고 있는 한중 관계를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내외 전문가들은 균형 전략과 상호 인정, 구동존이(求同存異·같은 것은 추구하고 이견은 남겨 둔다), 정책의 일관성, 외교역량 강화 등 크게 5가지를 꼽았다. 이것만 잘해도 양국의 상생과 협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양국 전문가 32명으로 구성한 ‘한중 관계 발전 전문가 공동연구 위원회’는 올해 5월 양국 정부에 올린 보고서에서 △전략 경제 및 민관 공동의 전략 대화 추진 △동북아 안보협력을 위한 한중일, 한미일 3각 협력체제 구축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에 대한 전략적 협력 모색 △양국 화폐를 결제 통화로 사용 △한중역사문화공동연구위원회 설립 △한중언론포럼 설립 △중국 전문인력 인프라 구축과 한중교류협력기금 조성 △동아시아 지역협력 촉진 △교육 분야 협력 등 10가지 정책을 제언했다.》

○ 한미 동맹, 한중 관계 모두 중시를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는 모두 중요하다. 어느 한쪽으로 너무 쏠리는 것은 나라의 이익에도 맞지 않고 외교적 성공을 거두기도 어렵다. 천안함 사건은 단적인 예다.

‘한중 관계 발전 전문가 공동연구 위원회’의 위원장인 서진영 고려대 교수는 “한국의 외교 라인과 사회 분위기가 일방주의적인 부분은 없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다양한 목소리를 받아들이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미국과의 동맹만을 중시하는 ‘동맹파’의 목소리가 미국과 중국을 모두 중시하는 ‘전략파’보다 컸던 게 사실”이라며 “한미동맹이 매우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것만으로 한국이 살아갈 순 없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천안함 사건에서 한국에 협력하지 못한 원인 중 하나는 미국이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 측의 이런 해석은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미중 양국의 이해가 맞서는 가운데 한국이 어느 한쪽을 편드는 듯한 모습으로 비치면서 결국 중국 측의 비협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김흥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한중, 한미 관계가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지 깊이 연구해야 한다”며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중국이 잘못했다’라는 비난 게임만 하면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이장규 박사는 “한중 관계는 정치 군사 문제가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악순환보다 경제가 외교 및 정치에 도움을 주는 선순환 구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 위상과 한계에 대해 상호 인정을

중국은 이미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력을 가진 국가다. 미국과 중국만을 꼽아 주요 2개국(G2)이란 말이 나온 지도 오래됐다. 못살고 아쉬워 고분고분하던 모습은 과거의 중국 얘기다.

한국 역시 국토는 좁고 인구 역시 중국의 3.8%에 불과하지만 세계 15위의 경제력을 가진 나라다.

이에 따라 양 국민의 자존심과 자부심 또한 높아지고 양국에선 강한 민족주의가 대두하고 있다. 이런 상대국의 위상에 대한 상호 인식이 필요하다. 동시에 상대국 능력의 한계도 서로 인정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한국 측은 ‘중국이 제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면 북한이 핵을 빨리 포기할 텐데…’라고 생각하며 원망하지만 중국 역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한 중국인 학자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뜻대로 못하는 게 많으며 이에 따른 고민도 크다”고 말했다.

○ 상호 윈윈 가능… 구동존이를

경제 분야의 한중 협력은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다. 2008년 12월 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1800억 위안(약 31조 원)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 이는 금융위기 때 다른 나라와 체결한 첫 번째 통화스와프로 양국 간 협력 의지를 유감없이 보여준 사례다. 류우익 주중 한국대사에 따르면 한중 간 자유무역협정(FTA)은 내년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경제 분야를 빼면 한중 관계가 대부분 갈등 관계로 비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외교 안보 분야에서도 같은 목소리를 내거나 전략적 이익이 같을 때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한중 양국은 ‘한반도의 절대적 안정’을 필요로 한다. 중국은 북한 체제의 붕괴나 극심한 사회혼란으로 한반도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한반도에서 분쟁이 발생해 어쩔 수 없이 개입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중국의 현대화 내지 선진국의 꿈도 물거품이 되거나 크게 지연되기 때문이다.

군사 분야도 마찬가지다. 한중 양국은 2008년 11월 해·공군 간에 ‘군사 핫라인’을 설치했다. 지난해 중국해군 60주년 기념 관함식에는 한국의 군함이 초청됐다. 주중 대사관의 한 무관은 “최근 한중 군사교류를 보면 북한이 속으로 깜짝 놀랄 일이 많다”고 말했다.

○ 대중 정책의 일관성 유지를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로 5년마다 정권이 바뀐다. 이에 따라 남북 관계나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과의 외교 기조도 크게 바뀐다. 대중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대북 정책이 그렇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과 이명박 정부의 ‘개혁 개방 3000’은 차이가 많다.

하지만 갑자기 바뀐 정책의 영향을 받는 상대국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조호길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한국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대북정책 기조가 많이 바뀐다”며 “한국은 중국 정부도 보조를 맞춰 주기를 바라는데 중국은 그대로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 외교 전술 역량 강화를

가장 절박한 것은 대중 외교역량의 강화 문제다.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엔 미국과 일본 전문가는 많지만 외교 현장에서 제대로 협상해본 경험을 가진 중국 전문가는 거의 없다. 정부의 대중 외교통상 라인이나 주중 한국대사관에는 중국어로 상대와 제대로 대화와 협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적다 보니 아무런 근거 없이 과도하게 기대하는 환상에 빠지거나 동상이몽(同床異夢)을 하기도 한다.

올해 5월 방한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양국 정상회담에서 “누구도 비호하지 않겠다”고 말하자 한국에서는 불만이 대단했다. 하지만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이를 중국이 북한 편만 든다고 해석하면 잘못”이라며 “남북 관계에서 나름대로 균형을 잡으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든 플레이크 미국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은 “한국은 중국 입장을 이해하면서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중국은 앞으로 조금씩 한국 쪽으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

“한국에 한미동맹이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다양한 목소리를 받아들이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앞으로 중국이 대국으로 커지는 것에 대비해 한중관계를 잘 관리해야 한다. 경제관계에 비해 정치적 네트워크가 너무 약하다.”

○ 김흥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이번 일과 관련해 ‘중국이 잘못했다’는 비난게임으로 끝나면 아무런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한중 전문가 공동위원회의 가동도 필요하다.”

○ 이장규 KIEP(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

“한국경제는 중국 의존도가 높다. 중국도 한중 경제관계가 나빠지면 좋을 것이 없다. 정치외교적인 문제와 경제문제는 계속 분리 대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 조호길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

“한국은 정권이 바뀌면 대북정책 기조가 많이 바뀐다. 한국은 중국 정부도 보조를 맞추기를 바라는데 중국은 그대로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

“중국은 앞으로 조금씩 한국 쪽으로 다가올 것이다. 한국은 중국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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