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수사]청와대와 제 식구 조사 불가피… 속 타는 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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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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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검 중수부가 수사 지휘

검찰 출두 김종익 씨 신변보호 요청  민간인 사찰 피해자인 전 NS한마음 대표 김종익 씨(가운데)가 7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씨는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죽여버리겠다’, ‘길 가면서 조심해라’ 같은 협박전화가 걸려와 가족들이 무서워서 밖에 못 나오고 있다”며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양회성 기자
검찰 출두 김종익 씨 신변보호 요청 민간인 사찰 피해자인 전 NS한마음 대표 김종익 씨(가운데)가 7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씨는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죽여버리겠다’, ‘길 가면서 조심해라’ 같은 협박전화가 걸려와 가족들이 무서워서 밖에 못 나오고 있다”며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양회성 기자
검찰은 7일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피해자 김종익 씨(56) 등 사건 관련자 3명을 불러 조사하는 등 빠른 속도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있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수사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 사찰을 지휘한 ‘몸통’이 누구인지 밝혀내야 한다. 권력 핵심인 청와대 관계자들이 수사 대상에 오를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검찰 스스로 의혹에 휩쓸려 들어가는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해 김 씨 관련 명예훼손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불법 사찰’의 개연성을 알고도 묵인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을 직접 지휘하고, 이번 사건에 연루된 청와대 검찰 경찰 관계자들을 빠짐없이 조사하겠다는 ‘정면돌파’ 방침을 세운 것도 이 같은 사안의 폭발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겉으론 “신속”]
지시-보고라인 규명 핵심
사건 관련자 줄줄이 소환

[속으론 “신중”]
권력 핵심 수사 부담스럽고
작년 기소유예 과정도 밝혀야

○ 권력핵심 청와대까지 수사?


이번 사건의 개요는 민간인인 김 씨를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이인규 지원관 등 4명이 불법으로 사찰했다는 것이다. 직접적인 가해자와 피해자는 드러나 있는 상태다. 여론의 관심은 나아가 누가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움직였느냐에 쏠려 있다. 더욱이 소속은 총리실로 돼 있지만, 청와대와 연계된 ‘별동대’처럼 활동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검찰 수사의 성패는 ‘청와대 보고라인’이 어디였는지를 규명해내느냐에 달려 있다.

우선 공직기강 업무를 다루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을 지휘보고 라인으로 볼 수 있으나 2008년 하반기 당시 민정 라인에 근무했던 관계자들은 “김 씨 사건에 대해 보고받은 바 없다”고 말하고 있다. 민정 라인이 아니라면 이른바 ‘비선’으로 지목받고 있는 이영호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 등 다른 라인이 개입했는지가 밝혀져야 한다. 결국 검찰로서는 수사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청와대를 건드릴 수밖에 없다.

○ 김 씨 명예훼손 사건처리 과정 의문

검찰은 김 씨 관련 명예훼손 사건을 지난해 3월 동작경찰서에서 송치 받아 7개월이 지난 10월에야 기소유예(혐의는 인정되지만 재판에 회부하지는 않는 결정) 처분했다.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기소유예 처분 과정에서 뭔가 속사정이 있었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김 씨 사건 수사기록 등을 근거로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총리실의 불법 사찰 사실을 알았으리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일례로 경찰에서 넘겨받은 김 씨의 수사기록에는 ‘총리실이 2008년 9월 29일 김 씨의 사무실을 찾아 경리장부 등 자료를 가져와 분석 중’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법적으로 압수수색 권한이 없는 총리실이 영장 없이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 부분을 문제 삼지 않았고, 명예훼손 여부만을 따지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이 사건을 처음에 맡았던 검사가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민감한 사안이니 더 수사해 보라”는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사건처리가 유보됐고, 지난해 10월 기소유예로 처분한 것도 총리실의 불법 개연성을 고려한 ‘타협책’이었다는 얘기도 나돈다.

또 김 씨 변호인인 최강욱 변호사는 7일 김 씨가 기소유예 처분에 불복해 헌법소원을 내자 검찰이 헌법재판소에 ‘총리실의 위법행위를 알았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냈다고 주장했다. 이 답변서에 “청구인(김 씨)의 주장대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반이 업무수행 과정에서 이 자료를 입수한 것이 기록상 명백하다고 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이는 검찰도 불법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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