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44년 만의 노동당 대표자회 9월초 개최…김정은에게 黨요직 맡겨 후계 공식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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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子 공동정권’ 나오나

김정은 당 중앙위 비서 선출땐 아버지는 軍-아들은 黨 관장



30년만에 지도기관 선거

중앙위원 145명중 68명만 남아 대부분 고령… 대폭 충원될 듯



노동당 기능 강화

김정일 정책실패 책임 줄이려 집단지도체제 복원 가능성도

북한 노동당이 올해 9월 초 44년 만에 대표자회를 열고 지도부 인사를 단행키로 했다. 2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23일 ‘결정서’를 내고 “주체혁명 위업,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위업 수행에서 결정적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우리 당과 혁명발전의 새로운 요구를 반영해 조선노동당 최고지도기관 선거를 위한 조선노동당 대표자회를 주체99년(2010년) 9월 상순에 소집한다”고 밝혔다.

북한 노동당의 최고지도기관은 당 대회지만 당 대회 사이에 당의 모든 사업을 조직·지도하는 최고지도기관은 당 중앙위 전원회의(비상설)다. 중앙위는 상설기구로 정치국과 비서국 등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이번 대표자회에서는 중앙위 위원과 주요 부서 간부들에 대한 충원과 교체 인사 또는 조직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980년 제6차 당 대회 이후 30년 동안 지도기관 선거가 없었기 때문에 당시 선출된 중앙위원 145명 중 77명이 사망하거나 해임되고 현재 68명만 남아 있다. 정치국 정위원은 19명, 후보위원은 15명이었으나 현재는 각각 3명과 5명이 남아 있고 대부분 80세 이상의 고령자다.

이번 결정으로 분명해진 것은 최근 노동당의 역할 및 기능이 크게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 대회가 열릴 수 없을 때 그 역할을 대신하는 당 대표자회는 1958년과 1966년에 이어 이번에 44년 만에 세 번째로 열리게 됐다. 당 중앙위 정치국이 ‘결정서’를 낸 것은 1990년대 들어 처음인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정치국은 이달 7일 열린 최고인민회의(한국의 국회) 제12기 3차 회의에서 김영일 내각 총리를 소환하고 최영림을 신임 총리로 선출하는 방안을 제의하는 등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결정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대체로 세 가지다. 우선 공산당이 국가권력을 독점적으로 장악하는 사회주의 ‘당-국가 체제’의 복원을 위한 권력구조의 정상화 수순으로 보는 시각이다.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인 독재가 강화되면서 당 중앙위 산하 비서국과 산하 전문부서를 제외한 당 중앙위 전원회의와 정치국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이 과정에서 당이 곧 국가를 의미하는 사회주의 당-국가 체제의 원형이 무너지고 당을 통한 민의수렴이라는 ‘민주집중제’의 원칙이 무너졌다.

서재진 통일연구원장은 “당의 국가정책 결정 기능을 회복해 국가정책에 대한 김정일의 권한과 함께 책임을 줄이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노쇠한 김 위원장이 화폐개혁 등 잇단 국가정책 실패의 책임을 직접 져야 하는 1인 독재 체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당의 집단지도체제를 회복하겠다는 의미라는 얘기다.

다음으로 김 위원장이 지난해부터 단행한 주요 권력기관의 조직 및 인적 쇄신의 연장선이라는 시각이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최고인민회의 제12기를 구성해 대의원 절반을 갈아 치우고 국방위원회의 권한과 기능을 강화하도록 헌법을 개정했다. 올해 들어서는 이달 7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당 중앙위와 정치국 주도로 장성택 당 행정부장을 국방위 부위원장에 선출하고 총리 등 내각 수뇌부의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 지도부가 9월 당의 조직과 인사개편까지 완료하면 10월 당 창건 65주년을 앞두고 당-국가의 조직 인사를 완료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조치가 노동당이라는 정치적 공간을 통해 김 위원장의 3남 김정은의 후계체제를 확립하려는 노력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3차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은 1980년 당 대회에서 아버지가 선출된 당 중앙위 조직담당 비서, 정치국 위원, 중앙군사위원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이 국방위를 관장하고 당은 실질적으로 김정은에게 넘겨 자신의 권력기반을 넓히도록 하는 ‘김정일-김정은 공동정권’이 탄생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북한이 2012년 전에 당 대회나 대표자회를 열어 김정은 후계를 공개할 것이라는 전망은 일찍부터 제기돼 왔다. 대북 소식지인 열린북한통신은 지난해 10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지도부가) 당 대회 혹은 당 대표자회를 열어 김정일의 후계자 문제와 국가의 대외, 대내정책 등의 제반 문제들을 토의하고 확정짓게 될 것이라고 한다”고 보도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노동당 대표자회 :

북한 노동당 규약은 5년마다 열도록 규정돼 있는 당 대회 사이에 당의 노선과 정책 등 긴급한 문제를 토의, 결정하기 위해 노동당 대표자회를 소집할 수 있도록 했다. 북한은 1958년 1차 당 대표자회를 열어 김일성 주석의 절대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반(反)종파투쟁의 일환으로 연안파를 숙청하고 천리마운동을 시작했다. 1966년 2차 당 대표자회에서는 중앙위 위원장과 부위원장제를 폐지하고 총비서와 비서제를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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