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당선자 인터뷰]<15·끝>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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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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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40대 기수론 주체들, 에너지 크지만 도덕성-능력엔 의문”

“직무정지 규정 모호해
헌재 결정 나기 전까진
정부와 협의해 일할 것
겨울올림픽 유치 위해
現도지사측 인맥 필요
정부에 주도권 양보”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민주당)는 이번 6·2지방선거에서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선거 중반까지도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에게 상당한 격차로 뒤지다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더욱이 그의 승리가 보수의 텃밭으로 인식돼 온 강원도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그의 시련은 계속될 것 같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항소심에서도 유죄판결을 받아 다음 달 1일 취임과 동시에 직무정지는 물론이고 대법원 판결에 따라 도지사직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이 당선자는 25일 ‘행복한 강원도, 미래과제추진위원회(강원도정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직무정지에 따른 심경과 자신의 정치역정 등에 대해 자세히 밝혔다.》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는 직무정지 위기 및 재판과 관련해 “시련이 많다. 매우 힘들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사진 제공 강원도정 인수위원회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는 직무정지 위기 및 재판과 관련해 “시련이 많다. 매우 힘들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사진 제공 강원도정 인수위원회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에도 불구하고 도지사직을 수행하겠다는 뜻이 강한데….

“행안부는 일절 고시를 내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 법제처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법제처장은 국회에 나와서 ‘이것은 헌법재판소로 가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결국 헌재의 결정이 중요하다. 그전까지는 중앙정부와 협의해야 한다. 도지사로 선출된 사람으로서의 역할과 중앙정부가 생각하는 부분에서 타협을 해나갈 생각이다. 직무를 수행하지만 결국 어디까지 직무로 볼 것인가가 문제다. 양측이 합리적으로 처신할 것이다.”

―지방자치법의 ‘권한대행’ 관련 법규정이 모호하다고 보나.

“상호 논란이 많다. 구체적인 행정규정이 없다. 또 관련 조항은 위헌적 요소가 많고 법률적 미비사항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다. 결국 이 때문에 많은 부분을 협의해 나갈 수밖에 없다.”

―대법원 선고에 기대를 하고 있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의 일은 5, 6차례 10억 원을 거절한 게 이 사건의 진실이다. 가장 돈이 필요했던 총선에서도 돈을 거절했던 것이 확인돼 무죄를 받았다. 이번에도 무죄를 확신한다. 박 전 회장이 법정에 나오겠다고 해서 재판을 연기해달라고 했는데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증거 채택에 하자가 있다. 박 전 회장은 옷장에 돈을 넣었고, 가져가는 것을 못 봤다고 하는데 과연 유죄가 될 수 있는가. 법리, 사실, 정황으로 봐도 충분히 다툴 만하다.”

―김진선 현 지사는 이 당선자가 추천하는 정무부지사 임명을 거부했는데….

“김 지사의 의사를 존중한다. 다만 며칠이라도 도정 공백을 줄여보자는 생각이었다. 28일 퇴임식에 아내와 함께 참석해 꽃다발을 드릴 것이다. 전임자와 후임자가 잘 지내는 전통을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

―이번 선거 후 세대교체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선거의 특징 중 하나가 40년 만에 40대가 정치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는 대리석의 형성과정에 비유된다. 석회석은 고열고압의 변성과정을 거치면서 성분이 같지만 성질은 전혀 다른 대리석으로 변한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감수성이 왕성한 시기에 8·15, 6·25라는 혹독한 사건을 겪었기 때문에 상당한 세대 에너지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베이비붐 세대인 1958∼65년생들도 부마항쟁, 광주민주화항쟁을 겪고 전두환 정권을 거치면서 상당한 세대 에너지를 갖췄다.”

―현재 ‘40대 기수론’의 주체들이 도덕성에서 결함이 많다는 비판도 있는데….

“도덕성과 능력에 대해서 퀘스천(의문)이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당선자와 함께 늘 ‘친노 386’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386은 내 의사와 관계없이 멍에처럼 씌워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오랜 인연이 있기 때문에 그 수식어를 피할 수 없다. ‘친노’라는 것에 자부심이 있지만 부끄러운 점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지지자가 있었지만 반대자도 있었기 때문에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당선자와는 교육 분야를 같이 해보고 싶다. (강원이나 충남이나) 농촌이 많기 때문이다.”

―4대강 문제는 어떻게 보나.

“강원도는 4대강과 관련해 큰 이슈가 될 만한 사업이 없다. 기존에 계획된 공사이지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은 없다. 물 맑게 하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상류부터, 시범 공법의 불안정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범공구를 만들어서 단계적으로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검찰과 악연이 깊은데….

“대한민국 특별검사가 여섯 차례 있었다. 그중 내가 두 차례 조사 받았는데 무혐의로 끝났다. 그동안 공직자로서 반듯하게 살려고 최선을 다했다. 7년 동안 골프장을 안 갔다. 골프장에 누가 누구를 데리고 나올지도 모르고, 사실 몇 십만 원이라도 신세지는 것이 싫었다. 이렇게 조심을 하고 사는데도…. 마음이 아프다.”

―박연차게이트 때 정계은퇴를 선언했지만 도지사 선거까지 나왔다.

“현 정권 출범 후 석탄공사, 전대월, 강원랜드사건이 잇달아 터졌다. 또 박연차게이트가 불거졌다. 검찰에 가 보니 목표가 내 구속이었다. 정치가 지긋지긋해졌다. 차라리 민간인 신분으로 재판을 잘 받고 내 인생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감옥을 나와서 봉하마을에 있었다. 그때 아버지가 도민들에게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하셨다. 엄기영 전 MBC 사장에게 강원도지사에 출마해 달라고 매달렸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내가 강원도를 사랑한다면 피하지 말자고 생각해 출마하게 됐다. 처음엔 질 가능성이 많았지만 회피하지는 않았다.”

―참여정부 시절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다. 기억에 남는 일은….

“자유무역협정(FTA)을 국가의 발전전략으로 중요하게 생각했다. 한일 FTA는 한국 경제에 도움이 어렵다고 판단해 뒤로 미뤘다. 한미 FTA로 전환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 그 과정에서도 미국과 직접 교섭하지 않고 캐나다로 우회하는 전략을 썼다. 미국과 바로 하자고 하면 요구가 커질 것이 분명했다. 쇠고기 협상 등이 있을 테니까 캐나다와 FTA 한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듣고 미국이 급히 왔다. 덕분에 미국과의 협상이 유리하게 진행됐다.”

―강원 평창이 도전한 2018 겨울올림픽 개최지 결정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유치위원회는 공동위원장 형태의 투톱 체제였다. 그러나 나는 정부에 주도권을 양보할 생각으로 공동위원장 자리를 내놓았다. 그 대신 김진선 지사와 조규형 전 주브라질대사의 역할을 확실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들이 지금까지 쌓아온 인맥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장단점을 말한다면….

“나는 남을 해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동안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누구를 고소한 적도, 비난한 적도 없다.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이 때문에 친구들은 ‘너는 리버럴리스트다. 마음이 너무 여리다.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생각해도 정치를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이 당선자는 인터뷰를 끝내면서 “정치는 서비스업이자 유통업의 성격이 있어 국민에게 있는 에너지를 잘 유통시켜 사회가 진화하도록 하는 일”이라며 “개인적으로 시련이 너무 많아 힘들지만 힘들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내 운명인 것 같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인터뷰=허승호 편집국 부국장
정리=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 약력 :
△강원 평창(45세) △원주고, 연세대 법학과 △노무현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 기획팀장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17, 18대 국회의원 △민주당 강원도당 위원장
※ 안희정 충남도지사 당선자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아 ‘광역단체장 당선자 릴레이 인터뷰’는 이광재 당선자를 끝으로 마칩니다.
李 “직무정지 대상에 당선자는 포함 안돼”
행안부 “직무강행 위법”… 논란 계속될 듯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는 베트남에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5만 달러를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11일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 당선자는 이 판결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부지사가 권한대행을 맡도록 한 지방자치법 제111조에 따라 다음 달 1일 취임과 동시에 직무가 정지되는 상황이다.

항소심 재판부도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양형을 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모든 측면을 살펴보기 위해 노력했다”며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정치자금법 입법 취지와 이 당선자가 적절한 처신을 못한 점을 감안하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 당선자가 도지사로서 업무를 보기 위해서는 대법원에서 항소심 판결이 파기돼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

민주당은 선거 직후부터 이 당선자의 직무정지가 적법하지 않다는 주장을 펴왔다. 현행 지방자치법에서 직무정지 대상은 ‘지방자치단체장’이므로 이를 ‘당선자’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것. 이 당선자도 최근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도지사가 도민의 열망이 담긴 사업을 전진시키려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7월부터 직무를 강행할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행정안전부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데다 여론의 반대도 적지 않아 이 당선자의 직무수행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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