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선택’ 그 후]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 “특목고 변칙 운영 철저히 바로잡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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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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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첫 진보교육감 ‘곽노현표 교육’ 어디로

외고, 자율고 규제-지정 취소? “재학생 피해 없게 단계 추진”
고교 선택제 전면 재검토? “혼란 최소화 방향으로 추진”
전교조 교사 징계 어떻게? “기본권 존중하며 적법 처리”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3일 서울 종로구의 후보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그는 “낙후한 지역의 초중고교를 ‘혁신학교’로 바꾸겠다”며 “자율고 등은 취지에 맞게 운영하는지 법적으로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3일 서울 종로구의 후보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그는 “낙후한 지역의 초중고교를 ‘혁신학교’로 바꾸겠다”며 “자율고 등은 취지에 맞게 운영하는지 법적으로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서울지역의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를 포함한 특목고 운영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달 1일 서울시교육청 수장에 오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는 3일 서울 종로구 선거사무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자율고와 특목고가) 설립 취지에 맞게 교과과정이 운영되고 있는지 철저하게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곽 당선자는 “현재 다니고 있는 학생에게는 절대 피해가 가지 않게 하겠지만 현재 중학교 3학년부터는 다를 수 있다”고 덧붙여 특목고 개편 의지를 내비쳤다.

―국제중, 외고, 자율고 등의 학생 선발권을 제한하고 지정 취소 등을 고려하겠다고 해 걱정하는 학부모도 있다.

“특별한 역량을 가진 인재들을 양성한다는 설립 목적에 맞지 않게 입시를 위한 학교로 변질된 곳들은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걱정하는 만큼 급진적인 개혁은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다. 특히 현재 다니고 있는 학생에게는 절대 피해가 가지 않게 하겠다. 하지만 현 중학교 3학년부터는 다를 수 있다.”

―선거 운동 기간에 더는 자율고를 추가 지정하지 않고 내신 100%에, 등록금은 낮추겠다고 밝혔다.

“(자율고는) 성적 상위 50% 이상에 등록금이 비싸다 보니 끼리끼리의 애들만 모이고 있다. 자율고는 본래 목적 그대로 건학이념을 펴는 데 필요한 자율성만 보장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 설립 취지에 맞게 교과과정이 운영되고 있는지 철저하게 파악할 것이다. 신중하게 검토해 유권자와의 약속은 지킬 거다.”

곽 당선자는 선거 운동 기간에 자율고의 입학요건 중 내신 성적 50% 이상 조건을 없애고 100% 추첨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겠다고 약속했다.

―고교 선택제를 전면 재검토한다고 봐도 되나.

“지금 단계에서 드릴 말씀이 아닌 것 같다. 너무 급격한 변화는 학생들에게 혼란을 준다. 취임 후 면밀하게 살펴보겠다.”

―공약과 교육철학이 현 교육당국과 정면충돌할 게 많은 것 같다.

“교육감을 전국 동시 첫 주민직선제로 뽑은 것은 유초중등 교육만큼은 철저하게 교육감이 책임지라는 뜻이다. 과거 교육정책은 중앙집권적인 교육과학기술부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하루아침에 모두 힘의 논리가 조절되기는 어려울 거다. 16개 시도 교육감이 서로 긴밀하게 협의할 수 있는 ‘시도교육감 협의회’를 활성화하겠다. 이 창구를 통해 전국의 교육감들과 협의하고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교과부와 조율해 나갈 것이다.”

―특히 ‘혁신학교 300’은 현 정부의 ‘고교다양화 300’과 배치되는 것 같다.

“혁신학교는 상대적 낙후지역에 있는 초중고 300개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해 집중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거다. 성적과 경쟁, 소수의 학생들을 위한 특목고와 자사고 때문에 일반고가 슬럼화되고 학력 저하 현상이 빚어지는 것을 바로잡겠다. 제대로 된 교육으로 일반 학교도 최고 수준으로 만들어 학교 간,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이다. 이를 위해 ‘창의성 교육과 인간성 교육, 적성진로 교육 전면화’를 공교육의 새 표준으로 삼을 예정이다. 그것이 현 정부의 정책과 배치되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폐해를 보완해줄 수 있는 개념이다.”

―교과부가 전교조 교사들을 징계하라는 압력을 넣을 텐데 어떻게 할 것인가.

“원칙은 분명하다. 기본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에서 적법한 절차를 따를 거다. 지금 신분으로 자세하게 말씀드리기는 부적절한 것 같다. 다만 새삼스러울 건 없다. 당연하게 지켜야 할 기본권은 존중하겠다는 것뿐이다.”

―초빙형 교장공모제를 추진 중인 정부와 달리 내부형 교장 공모제 도입을 주장해 왔다.

“내부형은 반드시 실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빙형, 임명형, 내부형 교장 중 초빙형 교장의 만족도가 가장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미 진행 중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자세한 정보가 없다. 다만 새 교육감이 선출되는 마당에 초빙형으로 100% 전환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진행시킨 것은 조금 성급하지 않았나 싶다. 중요한 교육행정 지표가 될 것인 만큼 신임 교육감의 철학에 맞도록 방향과 절차를 논의했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초중고교 재직 경험이 없어 전문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현장 경험이 충분한 분들이 현재 교육계를 이렇게 만들지 않았나. 경험 없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오히려 학생인권조례 제정, 무상급식, 혁신학교 등을 실현했다. 어차피 초중등 교육에 모두 능통한 사람은 없다. 교육감은 배운다는 자세로 많이 들어야 한다. 작년 7월 이후 학생 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교사, 학생, 학부모 등 1000여 명을 만났다. 또 취임 전까지 교육계의 많은 사람을 만나 조언을 들을 계획이다.”

곽 당선자는 자신의 5대 공약 시행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시교육청 내에 만들어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5대 공약으로 ‘균등 교육’ ‘책임 교육’ ‘인간 존중’ ‘네트워크 학교 혁명’ ‘교육 행정 혁명’을 제시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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