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행안부엔 12억, 선관위엔 23억…‘고무줄 후보 재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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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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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 거부했던 부모-자녀 재산, 선거때 득표전략으로 공개
최고 11억원 차이 나기도…“사생활 보호 제도적 장치 필요”

6·2지방선거에 출마한 서울 지역 구청장 13명 중 7명이 올해 초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행정안전부에 신고했던 재산과 후보 등록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 규모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행안부와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동일한 시기와 원칙을 기준으로 신고한 재산임에도 일부 후보는 많게는 10억 원 넘게 차이가 났다.

매년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을 공개하는 행안부와 출마자들이 신고한 재산을 공개하는 선관위의 재산 등록 종류 및 기준, 원칙은 같다. 두 기관 모두 전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집계한다. 하지만 등록기관에 따라 재산이 달라지는 것은 ‘직계존비속 재산 고지거부제도’ 때문. 이 제도는 후보자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한 공직자 가족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금천구청장 3선에 도전한 한인수 후보(무소속)는 선관위에 23억8978만6000원을 신고했다. 하지만 행안부에 신고한 재산은 12억1638만4000원으로 11억7340만2000원이 적다. 한 후보 측은 “행안부 재산공개는 매년 해야 하고 절차가 번거로워 자녀의 재산은 고지를 거부했다”며 “다만 선거를 앞두고 상대 후보보다 투명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행안부에는 신고하지 않은 내용까지 일일이 선관위에 공개했다”고 해명했다. 캠프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배포되는 홍보물에 선관위에 공개한 재산을 기재해야 하는데 ‘거부’라고 적혀 있으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며 “2006년 민선4기 선거 때 상대방 후보가 자식 재산을 공개하지 않았다가 지역표를 상당 부분 잃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강서구청장 재선에 도전한 김재현 한나라당 후보 역시 행안부에는 10억7096만6000원을, 선관위에는 이보다 7억 원 많은 17억4461만 원을 각각 신고했다. 영등포구 3선에 도전하는 무소속 김형수 후보도 행안부보다 3억 원 이상 늘어난 12억6163만2000원을 선관위에 신고했다.

선관위에 신고한 재산이 행안부에 신고한 재산보다 적은 후보들도 있다. 강남구청장 재선에 도전하는 맹정주 후보(무소속)는 381만 원, 구로구 3선을 노리는 양대웅 후보(한나라당)와 중구청장 출신 무소속 정동일 후보는 500만 원씩 더 적다. 각 후보는 “행안부와 선관위 모두 한 사람당 1000만 원 이상 되는 재산만 신고하도록 돼 있다”며 “행안부는 1000만 원 이하 재산도 그대로 집계한 반면 선관위에서는 빼서 생긴 차이”라고 해명했다.

기관별로 들쭉날쭉한 공직자 재산이 유권자들의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통일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득표 전략 차원이지만 후보자들이 선관위에 직계존비속 재산까지 공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행안부도 고지거부제에 대한 보완책을 투명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것. 홍성걸 국민대 행정대학원장은 “재산공개제도는 공직자 부모나 자식의 사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직계존비속의 재산까지 모두 등록하되 개인 사생활 보호를 위해 세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도록 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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