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세종시 당론 갈등’ 2005년 상황 되풀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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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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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의 2 찬성땐 당론변경 가능
밀어붙이기에는 부담 커
수정안 내달 국회 처리 ‘가물’

정부가 11일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이 넘어야 할 1차 관문은 여당인 한나라당의 당론 채택 과정이다. 한나라당은 2005년 당시 열린우리당이 주도한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특별법안에 합의 여부를 놓고 벌였던 논쟁보다 더 치열한 갈등에 빠져들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기존 당론의 변경이 필요하다. 2005년 2월 당시 박근혜 대표 시절 한나라당은 의원총회에서 정부 부처 가운데 12부 4처 2청을 충남 공주·연기지역으로 옮기는 내용의 세종시특별법안을 당론으로 의결했기 때문이다. 이 당론을 철회하고 정부가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을 새 당론으로 의결해야 한다. 당론 변경을 위해서는 당헌 72조 3항에 따라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169명)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113명 이상만 찬성하면 당론 채택이 되는 것이다.

당내에선 친박(친박근혜)계 의원 등 50여 명이 수정안에 모두 반대한다면 당론 변경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친박계가 격렬히 반대하는 상황에서 친이(친이명박)계 주류가 당론 변경을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자칫 수로 밀어붙일 경우 분당(分黨) 사태라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정부는 2월 중순경 법안을 제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국민 여론과 당내 이견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는 당론을 변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설령 당론 변경에 성공하더라도 이번에는 국회 입법화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할 법안들은 국토해양위원회 등 4개의 소관 상임위와 법제사법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돼야 한다. 하지만 수정안 결사 반대를 외치고 있는 야당이 저지할 경우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부터 진통이 불가피하다. 본회의에서 야당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통해 처리할 수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여당 지도부 관계자는 “미디어관계법이나 노동관계법 등은 당론이 일치단결했기에 직권상정 명분이 있었지만 논의 시작부터 내분이 심각한 법안을 직권상정해달라고 요청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재적의원(298명)의 과반수 출석, 출석 의원의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통과된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안의 상임위 논의와는 별개로 수정안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조성되면 적절한 시기에 당론 변경 여부를 토론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했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친박계와 사전 조율이 없으면 사실상 당론 변경은 어렵기 때문에 공식적 토론에 앞서 물밑 교섭이 필수다”라고 말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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