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보장 ‘박상천 법안’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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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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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예산 충돌에 발목잡힌 ‘충돌방지’ 법안

법안 일단 상정한뒤 조정
민주, 4월 당론으로 발의
국회 공전으로 처리 감감


4대강 사업 예산을 포함한 새해 예산안 처리 등을 둘러싸고 여야가 치열하게 맞서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선 각각 “강행 처리”와 “실력 저지”란 말이 나오고 있다. 국회가 물리적 충돌을 향해 다시 치닫는 상황에서 주목되는 법안은 올 4월 국회에 제출된 국회법개정안이다. ‘박상천 법안’으로 불리는 이 개정안은 쟁점법안이라도 무조건 상정하도록 강제하되 조정 절차와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의 대표 발의자인 민주당 박상천 의원(사진)을 15일 만나 법안 처리 전망, 여야 협상과 관련한 조언을 들어봤다.

―4월 민주당 당론으로 법안이 제출됐지만 그후 감감무소식이다.

“지난 연말 연초의 국회 폭력사태는 소수당은 점거농성으로 법안을 상정조차 못하게 막고, 다수당은 물리력으로 안건을 통과시키면서 충돌한 결과다. 국회법 개정안은 쟁점법안 표결 전 협상을 의무화해 여야가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것을 막자는 데서 출발했다. 소수당은 법안상정을 보장하고, 다수당은 재적 5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조정절차와 필리버스터를 보장하되 재적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조정절차를 종료하고 표결에 들어가도록 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6월 국회 공전 등으로 늦어지다 11월 30일 국회 운영위 소위에 회부됐지만 여야의 예산 대치로 논의를 못하고 있다.

―현재의 여야 대치는 법안이 아닌 예산과 관련된 것인데….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대치 때도 준용해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여야의 극한 대치를 근원적으로 막는 법안이 하루 빨리 통과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조정절차 종료 요건(재적 3분의 2 이상)을 받아들일 수 있겠나.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 등에게 미국 상원의 필리버스터 종료 요건인 ‘재적 5분의 3 이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설득할 생각이다. 한나라당 의석(169석)은 재적 5분의 3에 근접(56.7%)해 있어 타협이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소수 의견을 반영하는 열린 자세만이 다수결의 원칙을 통용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당과 야당의 원내총무를 3차례 지낸 선배로서 ‘후배’ 원내대표에게 당부한다면….

“2000년 여당 원내총무 시절 기초생활보장법 처리 때 야당은 ‘극력 저지’ 방침을 밝혔다. 법안 제안서를 들고 야당 총재와 야당 의원들을 일일이 설득하자 본회의에서는 잡음 하나 없이 통과되더라. 상대 당을 찾아다니면서 끈질기게 대화하면 접점은 저절로 찾아진다. 그런 노력 없이 상대를 향한 포격전을 벌여서는 될 일도 안 된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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