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강석주, 평화협정 공세에 “비핵화 진전후 논의” 못박아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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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한에 머무는 동안 계속 시달린 것은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 요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즈워스 대표의 카운터파트인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은 보즈워스 대표에게 평화협정 체결의 필요성을 거듭 강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북한의 주장은 국제사회의 ‘선(先) 비핵화’ 요구를 피하고 자기네 요구부터 관철하겠다는 의도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한미 양국의 공통된 인식이다. 보즈워스 대표도 북측에 이런 태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6자회담이 재개되고 비핵화 논의에 추진력이 생기면 6자 모두가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할 준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가 진행되지 않으면 평화체제를 먼저 거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측은 또 평화체제 논의가 북-미 사이에 이뤄져야 한다는 뜻도 나타냈지만 보즈워스 대표는 이를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즈워스 대표는 “북측과 9·19공동성명의 모든 요소를 논의했다”고 강조했다. 평화협정은 북-미 양자 간이 아니라 9·19공동성명에서 명시된 대로 별도의 포럼을 통해 협의할 사안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국 정부도 북한의 평화협정 공세가 핵심 의제인 비핵화 논점을 흐리려는 교묘한 전술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우선 해결과제로 내세우는 것들은 대부분 논점을 흐리고 논의 주제를 다른 것으로 바꾸기 위해 내놓은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올해 초에 미국이 경수로 문제를 해결하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얘기했다가 슬그머니 이런 주장을 접었다. 그리고 장거리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으로 도발의 강도를 높였다. 과거 북한은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듯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이 2007년 8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지만 북한은 핵개발을 계속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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