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秋고집’ 이번에도?

  • 동아일보

추미애 환노위원장 “복수노조 등 다자협의체 구성해 논의”
노사정 합의안 제동… “비정규직법 파행 되풀이되나” 촉각

환노위 법안심사 이달 하순에나 가능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 등에 대한 노동관계법 개정 해법을 놓고 민주당 소속인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과 한나라당이 8일 정면으로 충돌했다.

추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환노위 여야 간사,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참여하는 라운드테이블, 즉 다자협의체를 구성해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자협의체를 통해) 단일안이 마련되면 법안을 상정하고 처리하겠지만 만약 일방적인 상정을 요구하면 합의 도출에 실패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자협의체가 구성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한나라당 노동태스크포스(TF) 팀장인 신상진 제5정책조정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양보안을 내지 않아 지난달 말 노사정 6자회담이 결렬됐고, 그 뒤 어렵게 노사정 3자 합의를 했다”면서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상임위가 위원장 개인 소유냐”고 성토하기도 했다. 경총과 한국노총은 추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민주노총만 “국회 전체가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환영했다.

민주당은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는 노사 간 자율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주장과 흡사하다. 반면 한나라당은 정책연대 파트너인 한국노총의 의견을 많이 수용했다. 한나라당은 노동부와 한국노총, 경총 등 노사정 3자가 4일 복수노조를 2012년 7월부터 허용하고,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을 내년 7월부터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합의한 내용을 반영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8일 당론으로 발의했다.

환노위는 지난해 8월 18대 국회가 시작된 이후 1년 4개월 동안 법안심사소위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16개 상임위 가운데 법안심사소위가 없는 유일한 상임위다.

한나라당은 당초 이날 본회의 직후 환노위의 법안심사소위 구성을 위한 전체회의 소집을 요청했지만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연기됐다. 한나라당은 9일 전체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지만 추 위원장은 “상임위를 열 상황이 안 된다”며 거부했다. 게다가 추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환노위 소속 의원들이 15∼20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기후회의에 참석할 계획이어서 법안 심사는 이달 하순에야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올해 6월 비정규직보호법 개정안을 놓고 양측이 극한 대치를 한 모습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추 위원장이 오히려 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올해 안에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당장 내년 1월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이 금지된다.

복수노조 허용을 반대하는 한국노총, 노조 전임자 임금의 노사 자율 결정을 주장하는 민주노총에 모두 타격이 될 수 있다. 재계도 반발할 수 있다. 추 위원장으로선 노사 양측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산업현장 혼란의 책임을 떠안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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