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50여발 선제 공격에 南 2분간 4000여발 소나기 응사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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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시 27분 ‘北 침범’
北경비정 1척 NLL 넘어
○ 11시 28분 ‘南 경고’
“돌아가지 않으면 사격”
○ 11시 36분 ‘일촉즉발’
아군 고속정 4발 경고사격
○ 11시 37분 ‘교전’
北공격에 南 5척 불뿜어
○ 11시 40분 ‘北 퇴각’
반파된채 화염에 휩싸여

‘4000발 대 50발.’

10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북한의 선제 도발로 7년 만에 발생한 남북 해군 간 교전 사태는 압도적 화력으로 응전한 남한의 완승으로 끝났다. 특히 2분에 걸친 교전 과정에서 북한 경비정은 50발을 발사하는 데 그친 반면 남한 호위함과 고속정들은 함포와 기관포 등 가용 화력을 총동원해 4000발을 적함에 쏟아 부었다.

이날 오전 10시 반경, 서해 백령도의 해군 레이더기지 내 상황실 화면에 북한 경비정(300t 안팎) 1척의 이상동향이 포착됐다. 북한 해군8전대 예하 장산곶 기지 아래의 월래도를 출항한 북한 경비정은 방향을 남쪽으로 잡는가 싶더니 곧장 속도를 올려 NLL으로 접근했다. 장산곶 기지는 1999년과 2002년 제1, 2차 연평해전을 일으킨 북한 경비정들이 출항한 등산곶 기지와 함께 북한 해군의 서해 주요기지다.

해군 2함대사령부는 국제공동상선통신망을 통해 “귀측은 우리 해역에 과도하게 접근했다. 즉시 북상하라”는 내용의 경고통신을 두 차례 보냈지만 북한 경비정은 묵묵부답이었다. 군 당국은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참수리급 고속정(130t 급) 2개 편대(4척)와 울산급 호위함(FFK) 1척을 NLL 인근으로 급파했다.

오전 11시 27분, 북한 경비정은 대청도 동쪽 약 11.3km 지점에서 NLL을 침범한 뒤 계속 남하했다. 이에 해군 2함대사령부는 “침범행위를 계속할 경우 사격하겠다”는 내용의 경고통신을 세 차례나 보냈지만 북한 경비정은 이번에도 아무런 응답 없이 NLL 남쪽 2.2km 해상까지 내려왔다.

해군은 북한의 영해 침범을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보고 오전 11시 36분 교전규칙에 따라 북한 경비정을 향해 고속정의 기관포로 4발의 경고사격을 했다. 통상 경고사격은 표적함 전후방으로 1km 떨어진 해상을 향해 이뤄진다.

한국군은 제2차 연평해전 이후 해군 함정의 교전 규칙을 ‘경고통신→시위기동→차단기동→경고사격→격파사격’의 5단계에서 ‘경고통신→경고사격→격파사격’의 3단계로 강화했다. 해군 고속정이 시위·차단기동을 하다 북한 경비정의 선제기습을 받고 큰 피해를 본 뼈아픈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1분 뒤 갑자기 ‘콰광’ 하는 굉음과 함께 북한 경비정의 기관포에서 불꽃이 일었다. 약 3km 떨어진 해상에서 대치하던 해군 고속정(참수리 525호)을 겨냥해 조준사격을 가한 것이었다. 북한은 총 50여 발의 포격을 가했고 이 중 기관포탄 15발은 참수리 525호의 좌측 함교(艦橋) 조타실의 외부 격벽에 맞았다. 북한의 선제 도발로 7년 만에 남북 해상교전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북한의 선제 도발이 명확해지자 해군 함정들은 일제히 비상사태를 발령하며 대응사격에 나섰다. 최전방의 고속정 2척과 후방에 지원 대기하고 있던 다른 고속정 2척, 울산급 호위함인 전남함(1800t급) 등 5척에 탑재된 20mm, 30mm, 40mm 함포와 K6 중기관총 등이 북한 경비정을 향해 일제히 불을 뿜었다. 고속정 가운데 참수리 325호는 1차 연평해전, 365호는 2차 연평해전에 각각 참가해 북한 경비정을 격퇴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과거엔 북한의 기습 시 예하부대 지휘관들이 상부에 쏠지 말지를 묻느라 신속대응이 지체됐지만 지금은 북한 도발 시 예하부대가 거의 반자동으로 보복타격에 나서도록 지시가 내려간 때문”이라고 말했다.

2분 남짓한 교전 동안 해군 함정은 총 4000발 이상의 실탄을 적함에 퍼부었다, 일부 고속정에 탑재된 기관포탄은 한 발도 남김없이 발사했다. 교전이 벌어진 해상에는 3m의 높은 파도가 일었지만 해군 함정에 탑재된 자동사격통제장치는 풍속과 파고에 따른 선체 흔들림까지 계산해 정확한 타격이 가능하도록 했다. 반면 북한 경비정의 함포는 수동식 조준장치를 달아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 합참 관계자는 “적이 우리를 향해 조준사격을 가해 와 자위권 차원에서 교전규칙에 따라 적극 대응 조치했다”고 말했다.

해군의 집중사격으로 북한 경비정은 조타실과 상부 갑판이 대파되면서 화염에 휩싸였고 시커먼 연기가 서해 하늘로 솟아올랐다. 아군을 향해 선제사격을 했던 북한군도 최소 1명이 사망하고 3명 이상이 부상하는 피해를 봤다는 정보가 군 당국에 전해졌다.

남측 해군의 막강한 화력에 기가 꺾인 데다 상부 갑판에 설치된 함포와 기관포도 크게 파괴돼 교전이 불가능해지자 북한 경비정은 즉각 북으로 퇴각하기 시작했다.

군 고위관계자는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 경로와 거리, 선제사격 등을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실수가 아닌 다분히 의도적인 도발로 판단된다”며 “현재 북한 서해지역의 특이한 군사동향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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