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글로벌 기동군’으로 변화 가속도 ‘득보다 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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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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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이라크 등에 차출, 이르면 내년 실시 가능성
핵심전력 70% 이상 상주 등 별도 명문화 필요성 제기

최근 마이클 멀린 미국 합참의장과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이 잇달아 주한미군의 해외 이동배치 계획을 밝히면서 앞으로 주한미군의 위상과 역할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군 안팎에선 한국과 미국이 이미 2006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에 합의한 만큼 주한미군의 한반도 밖 상시 차출은 이제 시기가 문제일 뿐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보고 있다. 주한미군은 이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 중동지역에 차출돼 2∼3년 근무하다 한국으로 복귀하는 ‘글로벌 기동군’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의 해외 이동배치가 경기 평택시 미군기지 이전이 거의 끝나 상당수 미군이 가족을 동반한 장기 근무를 할 수 있는 2015년 이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악화되는 아프간 전황 등을 고려할 때 이르면 내년부터 주한미군의 해외 이동배치가 전격 실시될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주한미군의 해외 이동배치가 추진되면 병력 규모와 배치 기간, 지역 등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양국이 합의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는 해외로 이동 배치될 미군 병력의 규모에 대한 기준이 없다. 미국이 2004년 주한미군의 1개 여단급 병력(약 3600명)을 빼내 이라크로 파견한 것 같은 일이 다시 생길 경우 한국에 남게 될 미군 전력 규모를 놓고 양국 간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군 소식통은 “한국군이 많은 지상병력을 보유한 만큼 주한미군은 공군력 위주로 재편되면서 지상병력은 다른 지역에 투입될 것”이라며 “이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미군 병력 주둔을 희망하는 한국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군 병력의 해외 이동배치에 따른 적절한 보완전력(bridging capability)의 한국 배치가 무산되거나 늦어질 경우 ‘안보 공백’ 논란도 야기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주한미군의 아파치 공격헬기 1개 대대가 아프간으로 차출된 뒤 미국은 보완전력으로 아파치에 버금가는 대전차공격력을 보유한 A-10 공격기를 배치하려다 F-16 전투기로 바꿔 논란을 빚기도 했다.

또 주한미군의 해외 이동배치가 장기화되면 미군 병력이 한국으로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주변국이 한미동맹의 이상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울러 주한미군이 한국과 이해관계가 있는 특정지역에 집중 배치될 경우 외교적 마찰이 초래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주한미군이 아프간 등 중동지역에 주로 배치될 경우 한국이 알 카에다와 테러 세력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주한미군의 해외 이동배치 시에는 전체 미군 병력의 70% 이상의 병력과 대북 핵심전력은 한국에 남도록 하고, 이동배치 지역과 기간도 양국이 별도 협의해 결정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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