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 적십자회담까진 가겠지만…

  • 입력 2009년 10월 15일 02시 58분


코멘트
북한은 어제 남북 실무회담에서 임진강 참사에 대해 유감과 함께 유가족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명했다. 9월 6일 황강댐 무단 방류로 우리 국민 6명이 목숨을 잃은 지 38일 만이다. 정부는 우리 대표단이 돌아오기도 전에 ‘사과’로 인정했다. 내일은 남북 적십자 실무회담이 개성공단에서 열린다. 우리 측이 회담을 제의하고 북측이 즉각 응한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 교감이 있는 듯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올해 8월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을 만나 ‘남북관계 개선과 공동번영을 위한’ 5개 항에 합의했다. 추석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육로통행 및 체류 제한 해제는 이미 이루어졌고 금강산 및 개성관광 재개, 백두산관광 개시가 남아 있다. 북한은 어제 노동신문을 통해 금강산 및 개성관광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안정적인 현금 수입원인 관광사업에 목을 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유감과 조의’ 표명은 관광 재개를 위한 사전포석으로 풀이된다.

어제 실무회담에서 북은 추후 강물 방류 시 사전 통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수해방지책이 쉽게 마련될 것 같지는 않다. 남북은 다음 회담 일정도 잡지 못했다. 참사 원인을 둘러싼 의문도 가시지 않았다. 북은 “더 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긴급히 방류할 수밖에 없었다”고 얼버무렸으나 우리 대표단은 더 추궁하지 않았다.

정부는 북의 속내를 뚫어 보며 대화에 임해야 한다. 정부는 북이 12일 단거리 미사일 5발을 발사한 데 대해 침묵했다. 대화를 하더라도 북의 위협을 모른 체해선 안 된다. 북이 임진강 참사에 진정으로 유감을 표명했다면 금강산 관광객 사살에 대해서는 더 깊이 사과해야 한다. 임진강 방류는 피해 정도를 예측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금강산 사건은 민간인을 직접 겨냥한 범죄다. 그럼에도 북은 1년이 넘도록 진상규명, 신변안전 보장, 재발 방지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설혹 북이 금강산 살인에 대해 우리 측 요구를 수용한다 해도 북핵 문제가 정체상태인 한 우리가 북을 전폭 지원할 수는 없다. 정부는 북핵 해결이 대화와 지원을 포함한 대북정책의 대(大)전제라는 원칙을 훼손해선 안 된다. 핵문제는 제쳐놓고 실리만 챙기려는 북의 속셈이 뻔히 보인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