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발부율 11.8%P↓… 법정구속은 2배로

  • 입력 2009년 10월 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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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판중심주의가 가져온 사법부 4년 변화

‘설득은 법정에서 하고 판결문은 간결하게 쓰라.’

이용훈 대법원장이 취임한 이후 4년 동안 일선 판사들과 수시로 만나면서 강조해온 모토 가운데 하나다. 이 대법원장은 ‘공판중심주의’에 역점을 둬왔고, 그 결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첫 번째 변화는 형사재판에서 무죄율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1심을 기준으로 할 때 2005년 1.07%였던 무죄율은 2008년 1.70%로 높아졌다. 이는 피고인이 충분히 자신을 방어할 기회를 갖게 된 데다 중요 증인이나 참고인이 검찰청사가 아닌 법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심리상태에서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했던 진술을 번복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1심에서 충분한 심리가 이루어지면서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이 뒤집히는 비율도 2005년 47.5%에서 지난해에는 39.1%까지 떨어졌다.

또 하나의 큰 변화는 구속영장 발부율이 크게 낮아져 불구속재판 원칙이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 대법원장은 대법관 시절인 1990년대 중반 한 지방법원 사무감사에서 “구속영장 철을 보니 대부분 발부를 해줬는데, 그 가운데 상당수가 재판을 통해 집행유예로 풀려나더라”며 법원이 구속영장을 너무 쉽게 내준다고 질책했다.

하지만 1997년 구속 영장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돼 ‘구속은 법적 처벌이 아닌 재판 절차’라는 인식이 확산됐고, 2005년 9월 이 대법원장이 취임하면서 영장 발부율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2005년 87.3%에 이르던 구속영장 발부율은 지난해 75.5%로 크게 낮아졌다. 바꿔 말하면 영장 기각률이 같은 기간 2배 가까이 높아진 것. 반면 법정구속자 수는 같은 기간 6143명에서 1만2383명으로 101.5% 늘어났다.

법정구속이 늘고, 1심 형량이 항소심에서 낮춰지는 경향이 줄면서 전관예우 관행은 서서히 완화되는 분위기다. 반면 대법원은 돈 없는 서민들이 변호인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국선변호인 전담제도의 도입을 강하게 추진한 결과 국선변호인 선임건수는 2005년 6만2169건에서 지난해에는 9만1883건으로 늘어났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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