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 후계자 지명은 새로운 권력 투쟁의 시작”

  • 입력 2009년 9월 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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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 노스트라다무스’ 명성 美메스퀴타 교수가 본 ‘북한의 미래’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로 김정운을 지명했다 해도 김 위원장이 사망한 뒤 북한의 권력이 실제 어떤 식으로 이양될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은 실제 상황 속에서 북한의 후계가 어떻게 정립될 것이며 후계자의 새로운 정책방향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예측이다.”

1970년대 후반부터 국제정치와 관련한 수많은 예측을 통해 ‘뉴 노스트라다무스’라는 명성을 얻은 뉴욕대 정치학과 브루스 부에노 드 메스퀴타 교수(사진)를 지난달 30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메스퀴타 교수는 “정확한 데이터를 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북한은 가장 예측이 어려운 나라지만 그렇다고 예측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김 위원장의 후계자 지명은 게임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다.

메스퀴타 교수는 “폐쇄적 사회인 이란과 옛 소련의 1980년대 권력 이양을 정확하게 예측한 바 있고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나는 것을 맞힌 적이 있다”며 “한국 정부의 의뢰가 있다면 북한의 장래를 예측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뉴 노스트라다무스라는 별명은 어떻게 얻었나.

“2007년 굿매거진에서 나를 커버스토리로 다뤘고 지난해 히스토리채널이 ‘넥스트 노스트라다무스’라는 제목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내 별명이 됐다. 하지만 나는 다소 모호한 예언을 했던 노스트라다무스와 달리 정확한 데이터와 논리적 증거에 따라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는 비결은….

“미래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플레이어들이 갖고 있는 영향력과 의지, 그들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를 예견하는 것이다.”

―분석을 위해서는 어떤 정보가 필요한가.

“정책결정자뿐 아니라 정책결정조언자, 로비스트, 압력단체 등 모든 관련 당사자들이 다 변수가 된다. 분석 시점에서 각 플레이어가 원하는 최선의 결과가 무엇인지, 현재 고려하고 있는 행동이 각 플레이어에게 얼마나 현저한 이익을 가져다주는지, 해당 플레이어가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동원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북한은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집단이라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얻기 곤란하지만 김 위원장 역시 주어진 조건하에서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행동을 하는 이성적 플레이어다. 게임이론적인 측면에서 볼 때 북한의 비핵화 성공 여부는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참가국들이 김정일 체제의 생존에 대한 보장 및 경제적 보상을 위해 제공할 수 있는 대가와 긴밀한 연관이 있다.”

―구체적인 액수를 제시할 수 있나.

“김 위원장은 연간 10억∼15억 달러 정도를 적정 보상으로 보는 것 같다. 물론 핵 폐기가 아닌 ‘완전한 불능화’의 대가다. 완전한 비핵화 달성은 김 위원장의 북한이 더는 미국에 대한 안보 위협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며 김 위원장은 스스로 전략적 가치를 상실하는 행동을 섣불리 취하지는 않을 것이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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