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싫어한 3가지”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8월 20일 15시 52분



장성민 세계와 동북아평화포럼 대표(46)는 고(故) 김대중(DJ) 대통령이 생전 몹시 싫어한 세 가지가 있었는데 바로 싸움, 거짓말, 게으름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이 안치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빈소에서 상주 역할을 하는 장 대표는 동교동 비서실 막내로 22년간 김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이어왔다. 김 전 대통령 재임 중에는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내며 최측근에서 보좌했다.
20일 장 대표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전 대통령을 추억하면서 "고인이 제일 싫어한 건 싸움"이라며 "심지어 복싱, 격투기 같은 스포츠 경기도 좋아하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이 복싱 경기를 관람 한 건 단 한번인데, 이 것도 권투선수 출신인 권노갑 의원이 모셔 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선 고인을 '싸움의 상징'으로 보는데, 그건 오해"라며 "독재자에게 핍박 받은 피해자로서 누명을 벗으려 자신을 변론한 것일 뿐이다. 그분은 평화와 용서를 사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김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박정희 기념관 건립위원회의 명예회장을 맡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고인에게 내란음모죄로 사형을 선고한 군사정권의 책임자였지만 용서하고 정치 보복을 하지 않았다"며 "최근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문병 후 화해했다고 했지만, 22년간 공사석에서 DJ가 YS를 인격적으로 비난하는 걸 보지 못했다. DJ로선 애초부터 화해할 거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장 대표가 말한 바로는 간혹 아랫사람들끼리 감정이 좋지 않을 때도 있지만 김 전 대통령이 워낙 싸우는 걸 싫어해 드러내지는 못했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은 싸운 측근을 알게 되면 따로 불러 조용히 화해시켰다고 한다.
장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이 두 번째로 싫어하는 것은 거짓말"이며 "거짓말은 그분을 잃게 되는 치명적인 원인이다. 민주화 동지, 가족이건 예외는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독재정권 투쟁 시절 김 전 대통령은 도청과 감시를 받았다. 치밀한 사람 관리가 필요했다"며 "신뢰할 수 없는 측근에게는 일을 맡기지 않았다. 돈 문제를 거짓으로 보고하거나 자기 합리화를 하는 사람은 결국 김 전 대통령 곁에서 떨어져 나갔다. 특히 핵심 측근이 거짓말을 하면 가차 없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장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은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을 싫어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파란만장한 삶을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라고 표현했다"며 "인간이 아무리 악조건 속에 있더라도 부지런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항상 말씀했다"고 말했다. 도전과 응전은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의 개념이다.
그는 "핵심 참모나 신임하는 측근 중에서도 부지런한 성실파, 노력파를 좋아했다"며 "아무리 아이큐 145 천재라도 게으름 피우는 사람은 멀리했다. 김 전 대통령 주변에서 일하던 머리 좋은 사람들도 게으르지만 않았다면 좀 더 그분과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은 마지막까지도 끈질기게 노력한 정치인"이라며 "여든다섯 고령임에도 영어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겠다며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영어 신문을 읽고 두꺼운 영어 사전을 뒤적였다. 독서를 좋아해 한번 책을 붙들면 새벽 1시를 넘겨 잠자리에 들었다. 그는 타고난 천재이기보다는 노력가였다"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