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시장 경제’ vs 盧정부 ‘분배 강화’

  • 입력 2009년 7월 25일 02시 57분


집권 초기 정부입법 내용 비교해보니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3월 법안 360건을 새로 만들거나 고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등 각 부처는 경기활성화와 규제개혁, 선진화에 초점을 맞춘 법안을 쏟아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 해에 이뤄진 정부입법은 김영삼 정부(1993년) 198건, 김대중 정부(1998년) 190건, 노무현 정부(2003년) 193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많았다.

법제처가 이명박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초기 정부입법 계획을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두 정부가 집권 첫 해 만든 법안은 성격과 내용이 크게 대비된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해 주요 국정과제와 관련해 만든 주요 법률안 63건 가운데 28건(44%)이 시장경제 활성화와 관련된 것이었다. 반면 노무현 정부 출범 첫 해인 2003년 정부입법 계획을 살펴보면 성장보다는 분배에 중점을 두면서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기 위한 법안이 많았다.

○ 노무현은 묶고 이명박은 풀고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세금 관련 법률안 18개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완화, 법인·소득세 인하, 자동차 개별소비세율 인하 등 세금을 줄이는 정책이 대부분이다. 반면 노무현 정부는 초기 20개월 동안 연결납세제도와 상속·증여세 포괄규정, 종합부동산세 도입, 증류주 주세율 인상 등을 추진했다. 대기업의 계열사를 묶어 세금을 매기는 연결납세제도와 상속·증여로 볼 수 있는 모든 행위에 세금을 부과하는 상속·증여 포괄규정,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에는 대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늘리겠다는 국정운영 철학이 깔려 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입법에 매우 적극적이다. 녹색산업육성, 서비스산업 선진화, 부동산 투자·개발 완화 등 경기부양책을 내 놓았다. 반면 노무현 정부는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이라는 기치 아래 한국투자공사 설립, 외국인기업전용연구단지 조성, 사모펀드 운용회사 설립요건 완화, 종합자산관리신탁제도 도입 등을 추진했으나 특별한 경기부양책을 펴지는 않았다.

○ 접근방식이 다른 복지 정책

두 정부는 특히 복지 분야에서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달랐다. 노무현 정부가 저소득층에 재정지원을 늘리는 ‘분배형 복지’라면 이명박 정부는 스스로 벌어서 쓰게 도와주는 ‘능동형 복지’ 정책을 추구했다.

노무현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개정해 복지혜택을 받는 차상위계층을 늘렸고 65세 이상 전체 노인의 70%에 매월 일정액의 연금을 주는 기초노령연금제도를 도입했다. 저소득층 중증 노인과 장애인이 정부의 지불 보증으로 복지혜택을 누리는 사회서비스 바우처제도도 실시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빈곤층의 공무원 임용기회 보장, 희망스타트사업, 연금제도 개혁 등 저소득층에 돈을 직접 주기보다는 일자리를 만들어 자립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노무현 정부는 분배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폈고 이명박 정부는 경제성장을 추구하지만 두 정부 모두 지지세력 위주의 정책을 펴 결과적으로 대결과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며 “상대방을 껴안는 통합의 정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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