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중반으로 늦춰질 듯
정세균 민주대표 단식, 李대통령에 회담 제안… 청와대 사실상 거부
한나라당은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해 미디어관계법을 표결 처리하려 했으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직권상정에 반대의 뜻을 밝혀 미디어법 처리 문제가 다시 이번 주 중반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박 전 대표는 19일 “(20일) 본회의에 참석하게 된다면 반대표를 행사하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밝혔다고 측근인 이정현 의원이 말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박 전 대표께서 오늘 (의원총회에) 출석하지는 않았지만 (20일) 표결에는 참여한다는 전언을 받았다’고 말한 데 대해 박 전 대표는 “참석 여부에 대해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으로 큰 파문이 일자 친박(친박근혜)계 중진인 홍사덕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수정안이 국민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을뿐더러 야당과 협상할 시간이 더 있는데도 20일 마치 한나라당의 원안을 직권상정해 처리하려는 것처럼 알려진 데 우려를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박 전 대표는 20일에 당장 직권상정 처리에 반대한다는 것이지 야당과 합의 노력을 하고 그래도 안 될 경우 직권상정해 처리하는 것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발언 이후 안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의 요청에 따라 당초 오늘 오후 5시로 예정했던 여야 원내대표 회담을 내일(20일) 오전 10시로 연기했고 내일까지 협상이 계속될 것”이라며 “여당의 미디어법 수정안을 공개하지 못하는 건 여야가 협상 도중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의 본회의 표결처리는 이번 주 중반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이 나오기에 앞서 안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야당과 협상이 되든지 안 되든지 20일 미디어법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직권상정의 열쇠를 쥔 김형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여야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시점을 특정할 수 없지만 불가피하게 직권상정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박 전 대표의 발언과 그에 따른 혼선은 한나라당의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전격 제안하면서 국회 당 대표실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정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든 것을 걸고 여권의 총책임자이자 실질적으로 미디어관계법을 밀어붙이고 있는 이 대통령과 담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미디어법은 이미 여야가 6월 국회에서 표결 처리하기로 국민과 약속한 것이자 국회에서 여야 간 대화를 통해 처리해야 할 사안”이라며 부정적인 태도를 밝혔다.
한나라당 의원 20여 명과 민주당 의원 10여 명은 이날 본회의장에서 철야 농성을 벌였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