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추천했는지 ‘베일’… 비선라인 낙점 의혹도

  • 입력 2009년 7월 15일 02시 59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자진사퇴함에 따라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사전에 제대로 검증했더라면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검증을 소홀히 한 민정수석실에 대한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 도마 오른 인사검증 시스템

천 후보자가 여러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결국 사퇴한 것은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인사청문회에서 문제가 된 강남 아파트 문제를 사전에 철저히 검증했더라면 충분히 걸러졌을 수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부동산 문제만 제대로 살폈더라도 이처럼 악화된 여론에 밀려 자진사퇴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천 후보자에 대한 추천이 정상적인 루트가 아닌 비선 라인을 통해 이뤄졌다면 검증 시스템이 형식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민정수석실이 검증작업에 손을 대지도 못한 채 서둘러 발표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통상 고위공직자 후보군에 대해서는 인사검증이 상시로 이뤄진다. 실제 인사를 앞두고 최종 후보군에 오르는 인물에 대해서는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위법 및 비리 유무, 재산형성 과정을 정밀검증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검증에선 이런 원칙들이 제대로 지켜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민정라인의 주축이 검사 출신이기 때문에 후배가 선배 검사를 엄격한 잣대로 검증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적 거래나 개인 신상 문제는 본인이 직접 말하지 않는 한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검찰총장 인사검증을 한 민정수석실이 단순히 주어진 자료만 들여다보고 판단한다면 사실상 실질적인 검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 누가 추천했나

천 후보자를 누가 추천했는지는 아직도 베일에 가려 있다. 검찰과 청와대 민정라인의 실무진은 권재진 당시 서울고검장이 유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고 한다. 정식 루트가 아닌 비선 라인이 작동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던 것은 그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검찰총장 인사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었다. 권 고검장은 능력과 검찰 내 신망 등에서 무난하지만 대구경북(TK) 출신이라는 게 큰 약점이었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의 경북고 후배이기 때문에 권 고검장의 총장 임명은 곧 김 장관의 교체를 전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이는 개각 문제로 번질 수 있었다.

그런 차에 누군가 천성관 아이디어를 냈고 이 대통령도 무릎을 친 것으로 보인다. 인사 발표 후 그 ‘누군가’를 놓고 이런저런 추측성 얘기가 난무했다. 천 후보자가 지방 근무 시절 알게 된 청와대 고위 인사가 추천했다는 설이 있지만 확인은 되지 않는다. 천 후보자와 먼 혈연관계에 있는 이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 천거했다는 말도 있지만 양측의 연결고리가 뚜렷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검찰의 전직 고위 인사는 “항간에는 권력기관의 고위 인사가 천성관 카드를 기획했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고도 전했다. 일각에서는 천 후보자가 검찰 출신으로는 드물게 워낙 발이 넓어 복수의 경로를 통해 추천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누가 이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였는지는 확실치 않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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