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 빼고 추미애 빼고… ‘여야 6인회담서 결론내자’ 압박

  • 입력 2009년 7월 2일 02시 59분


“상정합니다” 땅땅땅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이 야당 의원들과 추미애 위원장이 불참한 가운데 비정규직법 개정안 등 147개 법안을 상정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상정합니다” 땅땅땅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이 야당 의원들과 추미애 위원장이 불참한 가운데 비정규직법 개정안 등 147개 법안을 상정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무효입니다” 땅땅땅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후 9시 환노위 전체회의를 열고 이날 오후 한나라당의 법안 단독 상정이 무효라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김경제 기자
“무효입니다” 땅땅땅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후 9시 환노위 전체회의를 열고 이날 오후 한나라당의 법안 단독 상정이 무효라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김경제 기자
한나라, 비정규직법 기습상정-秋위원장 사퇴 촉구 왜?

與 “秋위원장 자격 상실” 野 “국회가 놀이터냐”

상임위 법안 상정-무효선언 적법성 싸고 공방

비정규직보호법 개정 시한을 넘기는 바람에 해고 대란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민주당 소속의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칼날 위에 섰다. 한나라당은 1일 비정규직법의 상임위 상정 키를 쥐고 있는 추 위원장이 사회권을 기피하고 있다며 그를 배제한 채 상임위에 단독 상정했다. 추 위원장은 이에 대해 “한나라당이 국회를 놀이터로 알고 장난을 쳤다”며 무효를 선언했다.

4월 1일 정부의 비정규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후 추 위원장은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법안 상정을 줄곧 거부해왔다. 이후 환노위 3개 여야 교섭단체 간사들과 한국노총, 민주노총이 참석하는 5인 연석회의가 구성됐고 9차례 협상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2년 유예’와 ‘1년 유예’라는 타협안을 내놨다. 하지만 추 위원장은 “노동계 합의 없는 유예안은 상정 불가”라며 법안 상정 자체를 거부했다.

추 위원장이 ‘유예협상은 안 한다’는 노동계 손을 들어주는 바람에 협상의 여지가 더욱 좁아졌다는 비판에는 민주당 일각에서도 수긍하는 기류가 있다. 환노위 소속 한나라당 박준선 의원은 “5인 연석회의가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추 위원장이 ‘유예안은 상정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교섭단체 간사 합의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라면서 “이미 위원장의 자격을 상실했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이 같은 초강수를 던진 것은 전날 추 위원장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보인 태도가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고 한다. 추 위원장은 전날 한나라당 환노위원들이 두 시간 동안 추 위원장 사무실 앞에서 상임위 개최를 요구했을 때 별도 대화를 시도하지도 않고 노총 관계자를 접견했다. 이후 한나라당 의원들이 기다리고 있던 회의장에 나타나 “성원이 됐으므로 상임위 회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한 다음 바로 “간사 협의를 위해 정회를 선포한다”고 의사봉을 두드렸다. 개회에서 정회까지는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환노위 소속 한 한나라당 의원은 “무례하고 독선적인 위원장을 제어하지 못하고도 집권 여당이냐는 질타를 듣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의 이날 기습적인 법안상정을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3개 원내교섭단체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간 ‘6인 회담’에 민주당의 참여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여당이 환노위 차원의 협상을 포기하면서 비정규직법 처리를 더욱 꼬이게 했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추 위원장이 이날 오후 9시 환노위를 다시 열고 몇 시간 전 한나라당 조원진 간사에게 빼앗긴 의사봉을 두드리며 직전 회의가 무효라고 선언한 것은 사실상 한나라당과의 관계 단절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양측은 당분간 상임위 단독 개최의 적법성 여부를 둘러싸고 치열한 법리 논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추 위원장이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명백한 의사진행 기피 행위이며 이에 따라 조 간사의 위원장 직무대행은 적법하다고 주장한다. 또 조 간사가 산회를 선포했는데도 같은 날 추 위원장이 회의를 다시 연 것은 ‘1일 1차 회의’ 원칙을 위배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추 위원장은 “점심시간과 화장실 갈 때를 빼고는 위원장실을 비운 적이 없다”며 의사진행 거부나 기피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조 간사의 회의 진행 자체가 무효인 만큼 법안 상정 또한 효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추 위원장은 이날 저녁 회의에서 “오늘 낮 조 간사의 불법행위를 회의록에 기록하지 않을 것을 지시한다”며 법안상정 무효를 거듭 강조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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