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 ‘4년 밑그림’ 나온다

  • 입력 2009년 6월 10일 02시 51분


한미정상회담 16일 워싱턴서 개최 확정
北핵실험 대응책 - FTA 진전방안 긴밀협의 예정

이명박 대통령은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15∼17일 미국 워싱턴을 공식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청와대가 9일 발표했다. 두 정상은 16일(현지 시간) 백악관 내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Oval office)’에서 단독 및 확대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을 잇달아 열고 ‘한미동맹 미래비전(The joint vision for the ROK-US alliance)’을 채택해 군사 안보 분야를 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향후 4년간 대북정책의 윤곽을 그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정상의 남은 임기 중 북한의 정권 교체가 가시화되는 등 한반도 안보 환경이 급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 시점에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특히 정상회담을 전후해 한반도의 긴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핵실험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연료 개발을 예고한 북한은 한국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가입을 ‘선전 포고’로 규정하고 언제든지 국지적인 도발에 나설 태세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반도의 위기 상황을 어떻게 관리하고 대응할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핵우산 및 재래식 전력 제공 등을 뜻하는 ‘확장된 억지력(Extended Deterrence)’ 문구를 명문화하는 문제가 심도 있게 협의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핵 문제에 대한 양 정상 간의 논의는 자연스럽게 6자회담의 미래 문제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6자회담을 보완하는 ‘북핵 대응 시스템’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6자회담의 존속을 전제로 북한에 대한 제재국면이 지나고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어떤 방향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끌지에 대한 기초적인 그림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도 핵심 의제다. 두 정상은 4월 2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영국 런던에서 ‘약식’ 정상회담을 했을 때 한미 FTA가 두 나라에 상호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FTA 진전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4월 22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킨 상태이지만 미국 의회의 FTA 반대 혹은 재협상 기류가 여전해 미국 측이 비준 문제에 구체적인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한편 아프가니스탄 지원 문제에 대해 정부 핵심 당국자는 “재파병 문제는 공식 의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대접 받는 李대통령… ‘오벌 오피스’서 회견
가족연회장서 오찬… 영빈관에 숙소…
日아소와 회담때보다 ‘상당한 배려’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16일 한미 정상회담 일정은 모두 백악관 내에서 이뤄진다.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이 이뤄지는 장소는 미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Oval office)’다. 두 정상이 회담과 회견, 오찬까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2시간을 넘길 것으로 전해졌다. 타원형으로 생겼다는 뜻에서 이름이 붙여진 오벌 오피스에서 한국 대통령이 기자회견까지 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주로 백악관 내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위해 함께 걸어 나오며 외국 정상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TV 화면에 자주 잡히곤 했다.

반면 오바마 행정부 들어선 대부분의 기자회견이 오벌 오피스에서 이뤄졌다. 로즈가든에서 하는 것보다 간소하긴 하지만 정상들이 자리에 앉아 편안한 분위기에서 가볍게 문답을 주고받을 수 있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 및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백악관 내에 있는 ‘가족연회장(family dining room)’에서 오찬을 함께한다. 오찬에 양국 퍼스트레이디는 참석하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이어 오찬까지 함께한 것은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유일하다. 방미 기간 숙소는 백악관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로 결정됐다. 실무적으로 회담이 진행되지만 나름대로 의전상 배려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올 2월 방미한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만 했을 뿐 오찬 일정은 없었다. 또 정상회담 기간 중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묵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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