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아닌 말의 정치를” “지도자, 통합 힘써야”

  • 입력 2009년 6월 8일 02시 50분


‘盧서거 이후 한국’ 보수-진보 오늘 토론회

“거리의 정치인 참여민주주의가 아니라 말의 정치인 공론민주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 “지도자는 위대한 대소통자가 되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한국 사회를 진단하는 보수와 진보의 토론회가 열린다. 시대정신(이사장 안병직)은 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장에서 ‘보수와 진보의 논쟁: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연다. 안 이사장은 미리 배부한 ‘민주화 운동과 민주주의’라는 취지문에서 “광우병 파동, 용산 참사, 노무현 국민장에서 (야당과 진보적 시민단체 등에 의해) 주장되고 있는 민주화의 요구는 실체가 없는 유령과도 같은 것”이라며 민주주의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수 학자인 김주성 한국교원대 교수(정치사상사)는 ‘공론민주주의의 가능성’이란 발표문에서 “만일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면 그 내용은 입헌주의의 후퇴”라고 말했다. 그는 “현행법상 불법시위인데도 민주주의를 명분으로 정당화하는 주장에는 인민이 여전히 제헌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을 것”이라며 “인민은 끊임없이 헌법의 제정 개정 과정에서 제헌권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제헌권력이 입헌권력을 압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입헌주의의 후퇴는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공화주의의 후퇴이며, 민주공화국에서 공화주의와 함께 출발한 민주주의의 후퇴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헌법의 핵심 가치를 존중하고 지키는 가운데 ‘몸의 정치이자 한국 사회에서 거리의 정치’인 참여민주주의가 아니라 ‘말의 정치’인 공론민주주의를 발전시키자고 제안했다.

진보 성향의 임혁백 고려대 교수(정치학)는 발표문에서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들로 볼 때 “한국 민주주의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걱정해야 할 만큼 후퇴하고 있다”며 “평등은 진보정권하에서도 후퇴했고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공개적으로 좌파이념으로 배척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 이후 법치(法治)는 시민의 자유와 자율성 확보를 우선하는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아니라 사법기관에 의존해 법 집행의 정당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시민 자유의 침해를 정당화하는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민주주의를 이끄는 지도자는 ‘위대한 대소통자’가 되어 여러 갈등하는 집단 간의 대화를 추진하고, 그들을 화해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사회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보스 정치를 의미하는 ‘유교적 가산주의’ 전통을 탈피하는 정당정치의 개혁, 공화주의의 공익과 공공선을 우선하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의 행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9일에는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같은 장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사후, 대한민국의 장래: 분열인가, 화합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린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윤리교육)는 발표문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사회 통합의 기회로 삼으려면 책임 있는 주체들이 탐욕을 절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친노(親盧) 진영은 국민적 애도를 편리하게 해석해 노 전 대통령과 그를 지지한 자신들이 항상 옳았다고 주장하려는 독선적 경향에서 절제력을 발휘해야 하며 야당도 정치적 입지를 과도하게 넓히려는 계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에 대해서는 “많은 애도 속에는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탐욕에 대한 반감과 실망에서 비롯된 부분이 적지 않다”며 정치적 입장이 다른 세력과 소통하라고 주문했다.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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