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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5월 2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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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5일 2차 핵실험을 단행하고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함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또 한번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이날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통해 북한은 핵무기를 실은 미사일로 한국 등 주변 국가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가고 있음을 국제사회에 과시했다. 북한은 나아가 핵탄두 소형화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북한의 현대아산 근로자 A 씨 장기 억류와 일방적인 공단 관련 계약 개정 방침으로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행동은 역설적으로 남한 내부의 반북 여론을 고조시켜 남북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북한, 실질적 핵 위협 되나=1차 핵실험이 ‘절반의 성공’이었다면 이번 실험은 ‘제대로 된 실험’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북한의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되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한은 핵개발을 “미국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적 핵 억제력 강화”라고 대내외적으로 선전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기를 유사시 언제라도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들을 위협하는 선제공격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나아가 북한의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되면 한국과 일본, 대만 등도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추구하기 위해 자체 핵무기를 보유하려 할 것이어서 아시아 지역의 ‘핵 확산 도미노’ 현상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북한 뭘 노리나=이번 핵실험은 장기적으론 ‘대미용’, 단기적으로 ‘대내용’ 성격이 강하다. 북한은 미국의 무시 정책에 대응해 4월 이후 ‘핵 억제력 강화’를 되풀이해 주장해 왔다. 북한은 최근 내부적으로 헌법을 개정한 뒤 군 수뇌부의 인사이동 등 권력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김정일 후계구도를 밟아가는 과정에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핵실험을 한 것은 강성대국의 이미지를 주민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당분간은 북한이 독자적인 시간표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으로선 이번 핵실험을 평가하고 기술적인 결함을 보완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강경한 기조를 유지하며 미국의 대화 메시지를 유도하다 적절한 시기에 대화 재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으로서는 잘하면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핵미사일도 보유하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도 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장기 경색 불가피=한 북한 전문가는 “지난해 이후 북한이 남한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하는 것은 2006년 핵실험 이후 ‘핵 보유 국가’가 됐다는 자신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북한의 대남 공세가 더 강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개성공단 폐쇄 주장을 넘어서 남북 교류와 경협의 전면적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정부가 개성공단 당국 간 협상을 이유로 전면 참여를 유보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카드를 다시 꺼내 들어야 할 때라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