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론분열 아닌 통합 계기로 삼아야”

  • 입력 2009년 5월 25일 03시 05분


■ 정치-경제-학술계 원로들의 고언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 경제 학술계 원로들은 24일 이처럼 안타까운 상황을 맞아 모두 경건한 마음으로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원망하지 말라’고 한 고인의 유지를 되새겨 우리 국민이 서로 화해하고 통합하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로들은 또 후진적 정치문화를 개선할 방안도 깊이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깨끗한 정치풍토 조성해야”

○ 이만섭 전 국회의장

인간적으로 가슴 아픈 일이고 국가적으로는 불행한 일이다. 정치권은 환골탈태해야 한다. 후진적인 정치문화를 개선해야 대통령이 퇴임 후 검찰에 소환되는 불행을 막을 수 있다. 정치인들은 깨끗한 정치풍토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정치문화의 개선도 논의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해 앞으로 대통령은 가족과 측근을 엄히 다스리고, 철저히 주변을 감시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국론이 분열돼선 안 된다. 노 전 대통령이 ‘원망하지 말라’고 한 뜻을 되새겨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은 평생 국민통합을 강조해 왔다. 유지를 받들어 경제 살리기, 남북관계 개선 등에 힘을 모아야 한다.

“선진국 가는 진통으로 승화”

○ 남덕우 전 국무총리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나라를 위해 수고를 많이 하셨는데 그렇게 돌아가시게 돼 안타깝다. 한국의 대통령들이 임기를 마치고 무사히 넘어간 일이 없었다. 그런 전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 일을 정치적 갈등의 소재로 삼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의 뜻이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이 유서에서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고 했다. 이번 일이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져서는 안 되며 진정으로 얻어야 할 교훈이 무엇인가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합심해야 한다. 이번 일을 선진국으로 가는 진통으로 생각하고, 국민들은 용기를 잃지 말기를 바란다.

“추모 심정, 분노 폭발 안돼”

○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

정경유착이니 정치보복이니 하는 건 후진국의 전형이다. 그런 모습이 남아 있는 것을 창피하게 여겨야 한다. 이번 비극을 계기로 그런 모습을 떨쳐버려야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을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풍토에 대해서도 반성해야 한다. 의심받을 짓을 해서도 안 되지만, 어설픈 추측으로 상대를 불신하는 것도 곤란하다. 국민의 분열이 특히 걱정이다. 고인의 명예를 먼저 생각해 모두 자중해야 할 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이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분노를 폭발해선 안 된다. 모두에게 해를 끼치며 고인의 명예에 오히려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제도 개혁 생각할 때”

○ 김수한 전 국회의장

우리 헌정사의 비극은 국가지도자와 관련된 슬픔이나 불행을 겪을 때마다 잠깐 비분강개하다가 흐지부지 넘어가는 행태를 반복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행도 이런 비극의 반복이다. 제도 개선만으로 이런 상황을 완치할 수는 없겠지만 정치 제도의 개혁을 생각해 볼 때가 됐다. 단순한 도덕성이나 막연한 국민적 여망만으로는 한국 정치의 타성을 바꾸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게 실체적으로 드러났다.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권력을 분산시켜 전횡이 있을 수 없도록 하는 이원 체제로 바꾼다거나 내각제 도입 등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개헌을 포함해 제도 개혁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국내 기업 투자 영향 없길”

○ 조남홍 한국경영자총협회 고문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았던 분들은 이제는 고인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고인과 뜻을 같이했던 분들은 가슴이 아플 것이다. 그러나 그 아픔을 화합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사회가 혼란스러우면 외국인의 대(對)한국 투자,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모두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슬기롭게 대처해 왔다. 이번 아픔도 극복해 내리라고 믿는다. 모두 경건한 마음으로, 과거의 생각은 버리고 서로 용서하고 화합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살아남으신 ‘정치하는 분’들이 너무 대립적으로 나가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 그것은 고인의 뜻도 아닐 것이다.

“보수-진보 함께 상생길 찾길”

○ 박경서 이화여대 이화학술원 석좌교수

마음이 무겁다. 이번 일로 새로운 분열상이 나타나는 게 가장 걱정이다. 선진국을 보면 보수와 진보는 함께 간다.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배척해선 안 된다. 이번 비극을 딛고 보수와 진보가 함께 ‘제3의 길’을 추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극단적 상황이 반복되는 한국의 현실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검찰은 ‘정치검사’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검사는 정치권의 눈치를 봐선 안 된다. 확정 판결 전에 피의사실을 흘리는 행태도 곤란하다.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서 검찰을 견제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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