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교란 목적 정보수집 아니었다…실상 알리기 위한 것”

  • 입력 2009년 5월 25일 03시 05분


北 베일 벗기는 ‘인터넷 스파이’ 커티스 멜빈 씨

“저는 ‘인터넷 스파이’가 아닙니다. 북한을 붕괴시키거나 북한 사회를 교란할 목적으로 북한의 지리정보를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외부세계에 좀 더 알리기 위한 차원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2007년 4월 온라인 지도에 자신이 방문했던 북한의 주요 시설을 표시하기 시작한 이후 2년이 넘도록 ‘은둔의 국가’ 북한지도 그리기에 열중하고 있는 커티스 멜빈 씨(33·사진)를 23일 인터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2일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인 북한이 인터넷 파워 앞에 도전받고 있다”며 멜빈 씨를 ‘민간 스파이’로 표현했다.

미국 버지니아 주 조지메이슨대 경제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멜빈 씨는 “북한 당국이 자신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진정한 개혁 개방으로 나아갈 때만이 북한 인민의 생활도 나아질 수 있다”며 “미국과 국제사회도 북한이 껍데기를 깨고 나올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어를 읽을 수 있어 동아일보를 비롯한 한국 언론의 북한정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멜빈 씨는 2012년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을 맞아 북한을 다시 찾고 싶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온라인 북한지도 만들기에 뛰어든 계기는….

“2004년과 2005년 관광단으로 북한을 두 번 방문한 뒤 내가 다녀온 곳이 어디쯤인지 확인해 보고 싶어 이 일을 시작했다. 이후 지금까지 수백 시간을 투자하다 보니 북한을 더 많이 알게 됐고 나아가 취미생활이 됐다. 북한에서는 내 마음대로 이곳저곳을 다닐 수 없었지만 인터넷에서는 제약 없이 북한을 볼 수 있다.”

―두 차례 오프라인 북한 방문의 소감은 어땠나.

“2005년 방문 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노동당 창건 60주년을 기념해 5·1경기장에서 열린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에 모습을 보였다. 나는 김 위원장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자리에서 아리랑을 보았다. 풍요롭지 못한 인민들의 생활을 보면서 안됐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북한 사람들이 폐쇄적인 정치구조 탓에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현재 온라인지도가 17판까지 나왔는데….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완성이 없는 일이다. 계속적인 업데이트와 잘못된 내용에 대한 수정작업이 지속될 것이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기본적으로 지리정보의 업데이트는 북한당국이 관영 언론매체를 통해 공개하는 내용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를 자랑스럽게 발표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글쎄.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은 사람이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 내 목표다.”

―온라인 지도를 통해서도 북한 사회가 가진 부의 불균형을 느낄 수 있나.

“저개발 국가가 가진 빈부의 격차에서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발전소와 송신탑 등 사회기반시설은 평양의 중구역 창광거리 등 권력엘리트가 사는 곳이나 대표적인 상업지역인 낙랑구역에 집중돼 있으며 간선도로도 모두 엘리트 거주지에 집결돼 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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