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전대통령 서거 시민반응

  • 입력 2009년 5월 23일 17시 23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큰 충격과 비통에 빠졌다. 23일 오전 노 전 대통령 서거소식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TV나 라디오를 통해 시시각각 전해지는 뉴스 속보에 귀를 기울였다. 광화문 등 서울 일대를 지나던 시민들은 이날 오후 시내 곳곳에 배달된 본보 호외를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부분 시민들은 놀라움과 함께 자살 기도 등 사망 경위에 큰 관심을 보이는 한편 정확한 사망 경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부 시민들은 "충격적인 것을 넘어 우리 사회가 걱정된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서울 풍납동에 사는 회사원 오현정 씨(30·여)는 "충격이 크다. 비리 의혹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행동을 선택한 것 같고 '많이 힘들었구나'라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최근 자살이 급증하는 가운데 전직 대통령마저 자살을 선택하면 어떻게 하냐? 자살은 전염된다는데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박석호 씨(34·서울 수유동)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 정신이 멍했다"며 "노 전 대통령은 청렴, 개혁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생각했는데 자신의 삶을 지탱한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삶의 의미를 잃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자살시도가 일어난 점을 거론하며 검찰이나 정치권, 언론에 대한 책임론을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의 혐의가 확실하니 극단적인 행동을 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보였다.

대학생 고병철 씨(23·서울 정릉동)는 "노 전 대통령이 정치적 희생양이 된 것 같다. 검찰 수사가 너무 지나쳤다"며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얼마나 나라가 혼란스러워지고 이를 두고 정치권의 대립, 이념 대립 등이 얼마나 심해질지 걱정을 넘어 위기감마저 든다"고 말했다. 이용웅 씨(67·서울 불광동)는 "나라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발생했다"며 "노 전 대통령이 더 이상 변명하면 구차하고 할 말도 없으니 극단적인 행동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의 후진적 정치문화를 개선해야만 전직 대통령이 퇴임 후 검찰에 소환되거나 자살하는 국가적 불행을 막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컸다. 김정희 씨(54·경기 마두동)는 "후진적 국내 정치 시스템의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한 비슷한 일이 반복될 것 같다"며 "충격적이고 슬픈 일인 만큼 모든 정치인들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