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친박이 당 발목 잡은게 뭐있나”

  • 입력 2009년 5월 11일 02시 57분


캘리포니아 와인 산지 방문미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운데)가 10일 포도 산지로 유명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내파밸리의 와이너리 ‘파니엔테’에서 와인을 맛 보며 와이너리 관계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왼쪽은 유정복 의원, 오른쪽은 이진복 의원. 내파밸리=연합뉴스
캘리포니아 와인 산지 방문
미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운데)가 10일 포도 산지로 유명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내파밸리의 와이너리 ‘파니엔테’에서 와인을 맛 보며 와이너리 관계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왼쪽은 유정복 의원, 오른쪽은 이진복 의원. 내파밸리=연합뉴스
오늘 귀국 앞두고 간담회
계파갈등 책임론 거론에 작심한듯 직격탄 날려
“원칙 안지키면 공당 아니다…朴대표 안만날 이유 없어”

“소위 친박(親朴·친박근혜)이라는 분들이 당이 하는 일에 발목을 잡은 게 뭐가 있는지 생각을 해 보세요. 친박 때문에 당이 잘 안되고 있다, 선거에서 떨어졌다는 게 말이 됩니까?”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9일(현지 시간)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내 화합책을 묻자 “갈등이 뭐가 있느냐, 무슨 화합을 해야 하느냐”면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4·29 재·보선 이후 증폭되고 있는 당내 계파 갈등 문제에 대해 친이(親李·친이명박)계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당 대표를 할 때도 주류와 비주류는 분명히 있었다. 항상 있는 것을 두고 새삼스럽게 갈등이 있는 것처럼 하는 것은 전제가 잘못됐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재·보선의 패인으로 친이·친박 계파 갈등 문제와 친박계의 비협조를 거론하는 것에 대한 불쾌한 속내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친박계에서 먼저 갈등을 일으켰어야 화합책도 필요한데, 당내 비주류로 조용한 행보를 해온 자신에게 왜 책임을 떠넘기느냐는 항변이다.

박 전 대표는 또 재·보선 참패 원인에 대해 당 쇄신특위 활동을 언급하며 “제가 당 대표 때 다 실천했던 일인데 그게 다시 쇄신책으로 나왔다는 것은 한마디로 지금 안 지켜지고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당 지도부를 비롯한 주류에 책임을 물은 것으로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에 반대하면서 “당이 잘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비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은 공당(公黨)”이라며 “공천은 당헌·당규에 따른 원칙에 맞게 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공당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11일 귀국 후 박희태 대표와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는 “(박 대표가 나를) 만나겠다고 하면 안 만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무성 의원의 원내대표 추대나 경선에 대해서는 “이미 제 견해를 밝혔기 때문에 덧붙일 말이 없다”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는 이에 앞서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에 대해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그는 9일 동행한 기자들에게도 “원칙이 가져오는 최고의 가치 창출은 신뢰”라면서 “믿을 수 있으면 비용이 많이 들지 않지만 신뢰가 없으면 정책도 말도 믿을 수가 없어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결국 원내대표나 정책위의장이 ‘친박 몫’으로 돌아간다 해도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들린다. 박 전 대표는 방미 기간 중 김무성 원내대표론이 제기되자 “국내 정치는 왜 매일 그래요? 하기는 언제 안 그럴 때가 있었나요”라면서 여권 주류 측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고 동행한 한 의원은 전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앞으로 한나라당 쇄신 작업 과정에서 친이 친박 간에 적지 않은 갈등을 예고하는 것이다. 특히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들고 나왔던 친이 주류계 쪽의 제안을 거듭 거절한 데 이어 친이계 주류 측을 정면으로 공격한 것이어서 11일 귀국 후에도 여권 내 진통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8일 샌프란시스코시청에서 열린 교민 간담회에서 박 전 대표의 성심여고 동창생인 장용희 씨는 환영사를 하면서 박 전 대표의 학창시절 일화를 소개했다. 장 씨는 “국어 시간에 선생님이 처음 한두 번만 숙제검사를 했고 이후엔 검사를 안 했다”면서 “어느 날 하루 선생님이 공책 검사를 했는데 같은 반 30명 학생 가운데 유일하게 박 전 대표만 숙제를 했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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