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폭탄 제거, 우리가 맡는다

  • 입력 2009년 4월 24일 17시 12분


◆폭탄 제거, 우리가 맡는다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4월 24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영화에서 폭발물처리반이 나타나면 언제나 긴장되죠? 파란 선을 끊을지, 빨간 선을 끊을지 고심 끝에 폭탄을 처리하면 관객들은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김현수 앵커) 영화에서처럼 하루하루 목숨을 걸고 초긴장 속에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6.25 전쟁의 흔적, 불발탄을 제거하는 우리 공군의 폭발물 처리반인데요. 정치부 윤상호 기자가 동행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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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강원 원주시의 공군 8전투비행단내 한 탄약고. 부대관계자를 따라 철문을 열고 들어가자 가지런히 놓여있는 흙투성이의 폭탄 여러 발이 눈에 들어옵니다.

올 들어 강원 영서지역에서 발견된 불발탄들로 이 부대의 폭발물 처리반(EOD·Explosive Ordinance Disposal) 요원들이 신관을 해체한 뒤 옮겨온 것입니다.

EOD 반장인 이희수 준위(47)는 28년 경력의 폭발물 처리전문가이지만 "지금도 신고를 받고 출동할 때마다 손에 땀이 밸만큼 긴장한다"고 합니다.

EOD요원들은 이달 초에도 원주시 상지대학교 인근 야산 에서 발견된 불발탄의 해체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인터뷰) 김경엽 상사 / 폭발물 처리반

"지금 보시는 이 폭발물 같은 경우는 미군이 625때 투하한 500파운드짜리 항공탄인데 폭발시 파편이 약 1.4km까지 비산됩니다."

흙에 뒤덮여 언뜻 큰 돌멩이처럼 보이는 불발탄이지만 신관은 살아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충격을 줄 경우 폭발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EOD 요원들은 한 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10여분간의 해체작업을 통해 불발탄에서 조심스럽게 신관을 분리한 뒤 부대로 불발탄을 가져왔습니다.

지금 제 앞에 놓여있는 불발탄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 항공기가 떨어뜨린 500파운드 급 재래식 폭탄입니다. 공군 EOD요원들은 매년 10여발 이상의 불발탄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한반도 지하에는 이처럼 수많은 불발탄들이 잠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공군이 예하 10여개 비행단마다 운용 중인 EOD요원들은 시골한옥과 도심건물 등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나타나는 불발탄과 아슬아슬한 사투를 벌여야 합니다. 이 비행단의 EOD요원 14명은 매년 20여차례 이상 현장에 출동해 불발탄을 처리하고 지금까지 28년간 총 669차례 무사고 임무기록을 세웠습니다. 대부분의 불발탄은 6·25 전쟁때 투하된 폭탄들입니다.

부대 관계자는 "격전지가 많은 강원지역은 불발탄이 더 자주 발견된다"며 "1000파운드(약 453㎏)짜리 대형폭탄이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EOD 요원들은 운반 중 폭발을 우려해 불발탄을 현장에서 해체한 뒤 부대로 운반한 뒤 탄약고에 보관하다 1년에 한두차례 육군사격장에 쌓아놓고 폭발처리합니다.

하지만 분해가 힘들고 충격에 극히 민감한 신관을 장착한 불발탄은 신관 부위를 석고로 응고시킨 뒤 인근 사격장에 옮겨 폭파시킵니다. 2007년 7월 강원 양구군 남면 하천에서 발견된 1000파운드급 항공폭탄은 신관 해체가 불가능해 군과 경찰병력이 국도를 완전히 차단한 가운데 이송 작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EOD요원들은 2인1조로 현장에 투입되지만 불발탄 해체 작업은 반드시 1명이 맡습니다. 폭발사고 등 만약의 경우 나머지 요원이 사후처리 등 임무를 계속 수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경엽 상사 / 폭발물처리반

"(폭발시) 충격파가 음속의 1.5배의 슈퍼 허리케인의 속도로 사람이게 다가오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위험은 감수해야 합니다."

초긴장 속에서 생명을 걸고 동고동락하다보니 다른 어떤 부대보다 대원들간 유대감과 팀워크가 탄탄하다 부대 측은 전했습니다.

EOD 요원들은 X-레이 투시기 등 첨단장비로 사제 폭발물을 확인 처리하는 대테러임무도 수행합니다. 그 일환으로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의 검문소에서 현지 불순세력의 폭탄테러를 예방하는 활동도 벌였습니다.

지난해 이 부대는 EOD 요원들이 최대 600m 떨어진 곳에서 원격조종으로 폭발물에 접근시켜 해체작업을 할 수 있는 첨단 사제폭발물 처리로봇을 도입했습니다. 이날 시연에서 로봇팔과 여러 대의 카메라를 장착한 이 로봇은 폭발물로 의심되는 가방을 들어 안전지대로 옮긴 뒤 물포총으로 파괴하는 솜씨를 발휘했습니다.

(인터뷰) 이희수 준위 / 폭발물 처리반

"언제든지 그 위협은 나에게도 닥칠 수 있다는 마음을 갖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작업 하고 있습니다."

EOD 요원들에게 불발탄 처리현장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또 하나의 최전선입니다. 동아일보 윤상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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