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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4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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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재정 허용 주장에
“복지부 소관” 잘라 말해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러나 쐐기를 박았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사진)은 영리병원 허용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가시지 않자 3일 “최종 결정은 복지부 장관인 내가 한다”고 말했다. 출입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갖던 중 “복지부와 기획재정부의 의견 차이를 청와대에서 조정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렇게 대답했다.
이어 전 장관은 “윤증현 재정부 장관이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리려는 고민을 열심히 하시니까 자꾸 저쪽에서 결론짓는 것처럼 보이는데 아니다”고 말했다. 전 장관은 다만 “일반인의 우려를 해소하는 대책만 뒷받침된다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유지 △의료 양극화 예방 △공공의료 재원 확충의 세 가지 조건이 받아들여져야 영리법인을 수용하겠다는 뜻이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윤증현 장관이 영리병원 허용을 요청했지만 전 장관이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만 해도 전 장관은 묵묵부답이었다. 부처끼리 엇박자를 보이는 것처럼 비치면 국민이 불안해한다는 소신 때문이다. 그런 전 장관이 이처럼 ‘뿔’을 낸 건 재정부의 ‘여론몰이’와 속도전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동안 경제부처들과 여러 차례 ‘힘겨루기’의 고비가 있었지만 전 장관은 그때마다 버텼다. 지난해 11월 전광우 당시 금융위원장이 전 장관의 집무실을 찾아왔을 때도 그랬다. 전 위원장은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해 민영보험사가 건강보험공단의 개인질병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자고 1시간 반이나 설득했다. 질병을 사칭한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 그러나 전 장관은 “복지부 장관 자리를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질병정보를 내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달 뒤 국무회의에서 법 개정안은 부결 처리됐다.
영리병원 허용 문제도 그때와 비슷한 과정을 밟아가는 듯하다. 전 장관은 “어느 부처나 모두 국민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말을 맺었지만 경제부처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각오가 더 많이 보였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