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 5만인 호주도 파병… 한국의 국제위상 고려 불가피”

  • 입력 2009년 3월 27일 02시 58분


한미동맹 한단계 높이고, 국력에 걸맞은 기여 필요

북한 핵-미사일 문제 등 美와 조율할 때

지렛대로 활용할 수도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군 병력의 재파병 방침을 정한 것은 이를 계기로 한미동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한편 국제사회에 우리 국력에 걸맞은 기여를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1세기 한미동맹 발전 디딤돌=아프간 파병 방침은 한미동맹을 ‘21세기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의 하나이다. 특히 새로 출범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최우선 안보과제인 아프간 안정화를 지원하는 것은 한반도 현안을 해결하는 데 미국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군사 규모가 5만1000명인 호주도 1090명을 파병하는 등 세계 40여 개국이 아프간 안정화에 동참하고 있다”며 “더 큰 규모의 군사력을 보유한 우리가 파병을 외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26일 “한미동맹을 21세기 안보환경에 부응하는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기로 양국이 합의한 만큼 파병은 이를 구현할 가장 훌륭한 ‘군사외교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도 “해외 파병 경험을 통해 우리 군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국익과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파병은 더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며 “이런 조건만 갖춰진다면 아프간을 비롯한 어떤 지역도 상관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공식 요청을 해오기 전에 한국이 아프간 재파병을 미국에 먼저 제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눈치를 살피느라 파병 결정을 계속 미룰 경우 오히려 한미관계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한국이 파병을 먼저 제의한다면 오바마 행정부에 한국이 전략적 동반자임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등을 미국 측과 조율할 때 중요한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아프간 전략=오바마 행정부는 아프간 안정화를 최우선 안보과제로 꼽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시작한 일이지만 국제적 테러의 근거지를 안정화시키는 것이 세계 평화와 안정에 다가가는 길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미국은 3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아프간 국제회의를 앞두고 새로운 아프간 전략의 밑그림을 발표했다. 리처드 홀브룩 아프간·파키스탄 담당 특사는 23일 무장세력의 은거지인 파키스탄 문제와 연계해 아프간 안정화를 추구하되 군사적 접근 일변도에서 벗어나 재건과 개발에 무게를 싣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아울러 미국은 8월 이전에 1만7000명을 증파한 뒤 장기적인 철군 계획을 전제로 동맹국의 병력 증파 및 동참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측이 한국 정부와의 예비접촉을 통해 파병 의사를 타진한 것도 이런 새로운 전략 추구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2007년 다산·동의부대가 철군하지 않았다면 지금 시점에 한국이 파병을 둘러싼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미국의 적극적 행보에 맞춰 우리도 방향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