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시바우 등 역대 韓美대사 11명 비망록 출간

  • 입력 2009년 3월 21일 02시 58분


“盧정부 쇠고기개방 제안해놓고

협상 시작전에 플러그 뽑아버려”

허버드 “노무현 - 부시 시절 양국간 골 메우려 대사관 야근 밥먹듯”

보즈워스 “클린턴 ‘대북 無대책’ 북한 다루는 일 한번도 쉬웠던적 없어”

1986년 이후 한미 양국의 대사를 지낸 11명의 전직 외교관들이 기록한 한미동맹 현장이 책으로 발간됐다.

19일 미국 워싱턴에 있는 한미경제연구소(KEI·소장 잭 프리처드)가 낸 ‘대사들의 비망록(Ambassadors’ Memoir·사진)’은 1980년대 한국의 민주화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2000년 정상회담과 2002년 북핵 위기 등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진화해 온 한미관계의 역사를 담고 있다.

특히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북(對北)정책 특별대표를 맞은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대사(1997∼2001년 재임)의 회고가 눈길을 끌었다.

그는 “북한을 다루는 일은 한 번도 쉬웠던 적이 없다”며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대북정책은 사실상 무정책이었지만 1998년 8월 북한이 발사한 대포동 미사일이 일본을 지나 태평양에 떨어진 뒤 상황이 극적으로 변했고, 여론과 의회의 압력을 받은 행정부는 서둘러 대응책을 세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 추진과 관련해 “2000년 12월 백악관에 ‘대통령의 방북이 성사되려면 극적인 돌파구 마련의 가능성이 전제돼야 하지만 현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경고했고 백악관은 마지못해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직전 주한대사를 지낸(2005∼2008년) 알렉산더 버시바우 국방부 차관보 지명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원칙을 강조하는) 대북정책은 오바마 행정부에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 불거졌던 북핵 외교의 불협화음을 제거할 기회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양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핵무기와 관계 정상화 중 단 하나만을 택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시바우 차관보 지명자는 “2007년 말 대선 이후 노무현 행정부는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에 따라 쇠고기시장을 2단계에 걸쳐 완전 개방한다는 제안을 내놓고도 2008년 초 정권이양기에 정파간 갈등이 커지자 실제 협상이 시작되기 전에 플러그를 뽑아버렸다”고 지적했다.

토머스 허버드 전 대사(2001∼2004년)는 “2003년 노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공통점은 1946년생으로 나이가 같다는 점과 국제 경험이 거의 없다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 전 대통령이 2002년 국빈 방문하기 전까지 한국에 한 번도 오지 않았던 것처럼 노 전 대통령도 대통령 취임 전에 미국 방문 경험이 없었던 유일한 선출 대통령이었다”며 “좌향좌를 한 한국과 우향우를 한 미국 간 골을 메우느라 대사관은 야근 특근을 밥 먹듯 했다”고 술회했다.

제임스 릴리 전 대사(1986∼1989년)는 “당시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 민주화와 안보의 우선순위를 놓고 미 의회에서 논란이 거셌다”고 회고한 뒤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대할 것을 건의했다”고 했다.

이 밖에 주한대사로는 도널드 그레그, 제임스 레이니 등이 주미대사로는 이홍구 한승주 현홍주 박건우 양성철 등이 기고했다.

이홍구 전 총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지나치게 북한과의 성과에 집착했고 개인적인 레거시를 남기겠다는 의욕이 지나쳤다”고 지적했다. 이 전 총리는 “김 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정부의 공식 정책결정과정을 무시했고 주미대사인 나도 철저히 소외됐다”고 털어놓았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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