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지역 경찰 ‘핵폭탄급 물갈이’

  • 입력 2009년 3월 1일 15시 40분


경찰이 최대 600명에 이르는 서울 강남지역 경찰관들을 비(非)강남지역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강남 경찰관과 유흥업소 업주 사이의 고질적 유착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대규모 인사 조치다.

이에 따라 당시 사상 최대 '물갈이' 인사가 실시된 지난 2003년 강남권-비강남권 간 전보조치의 2~3배에 이르는 인사이동이 있을 전망이다.

1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서울지방경찰청은 강남, 서초, 수서서 등 강남 일대 3개 경찰서의 형사과, 여성청소년계, 교통사고조사계, 생활안전계, 지구대 등 소위 '민원부서' 소속 경찰관 중 이 지역에 8년 이상 근무한 경위급 이하 직원들을 전보시키라는 지침을 하달했다.

강남·서초·수서서 등 강남지역에서 8년 이상 근무한 경찰관은 현재 경찰서당 150~200명 선으로, 이번 전보조치 대상자는 최소 450명, 최대 6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003년 강남서 경찰관이 납치강도 사건에 연루되는 등 물의를 빚었을 때 강남·서초서의 경위 이하 경찰관 230여 명을 전보 조치했으나 이번 강남권-비강남권 간 전보조치는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이를 훨씬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가 된다.

경찰은 애초 송파서에 대해서도 전보지침 적용을 검토했으나 "충격파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최종 논의 단계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청은 전보조치 예외기준 등 구체적 실행계획은 각 서장에게 일임했으나 각 서는 특별한 경우 등 소수를 제외하고는 강남지역 장기 근무자들을 거의 모두 전보조치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보조치 대상 경찰관들은 종로, 남대문, 중부서 등 이른바 '4대문 관할 경찰서'로 일괄 전보하는 방안과, 나머지 20여 개 경찰서로 배분해 전보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번 전보조치로 공석이 되는 자리에는 '4대문 관할 경찰서' 등을 대상으로 신청자를 받을 계획이다.

이 조치는 최근 강남서 소속 경찰관들이 안마시술소 업주로부터 정기적으로 금품을 상납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은 강남서 경찰관과 안마시술소 업주와의 유착 의혹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달 2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강남·서초·수서·송파 등 강남지역 4개 경찰서에 대한 특별감찰 실시계획과 함께 장기 근속자에 대한 전보조치 방침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전보조치는 예상보다 규모가 훨씬 커 경찰 내외에서 매우 충격적인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강남지역에 근무하는 한 경찰 간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아직 모르는 직원들도 많은데 이미 소식을 접한 일부 직원들은 '다른 선택은 없느냐'며 동요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전보는 강남 경찰이 유착의혹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거듭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만큼 긍정적으로 해석해 달라"고 말했다.

강남·서초·수서서에서는 주말에도 과장급 이상 간부들이 대부분 출근해 전보조치 대상자 명단을 놓고 고심하면서 직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중이다.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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