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로 끝난 대정부질문

  • 입력 2009년 2월 19일 02시 58분


비아냥… 반박민주당 천정배 의원(전광판 사진 오른쪽)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 사회 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승수 국무총리에게 “인터넷에선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닮은 점이 한국말을 잘 못 알아듣는다는 것이라고 한다”고 비아냥거리자 한 총리는 “그렇게 말한 분이 한국말을 잘 못 알아듣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안철민 기자
비아냥… 반박
민주당 천정배 의원(전광판 사진 오른쪽)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 사회 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승수 국무총리에게 “인터넷에선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닮은 점이 한국말을 잘 못 알아듣는다는 것이라고 한다”고 비아냥거리자 한 총리는 “그렇게 말한 분이 한국말을 잘 못 알아듣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안철민 기자
천정배 “李정부 1년 일곱가지 쿠데타”

김효재 “화장실 가서 귀씻고 오고싶다”

동료의원들 “국민이 어떻게 볼지 두렵다”

본회의장 끝까지 지킨 의원 40명도 안돼

18일 국회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 국회 본회의장은 ‘쿠데타’ ‘국민 학살’ 등과 같은 자극적인 말로 얼룩졌다.

이날 사회·교육·문화 분야 대정부질문 첫 번째 질의자로 나선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국민 주권을 짓밟고 하늘을 거스르는 쿠데타를 자행했다”고 주장해 여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그는 질의 시간 15분 중 절반가량을 거친 용어를 써가면서 이명박 정부를 깎아내렸다.

천 의원은 “공안, 경제, 언론, 교육, 노동, 환경, 역사 이 일곱 가지 쿠데타가 이명박 정부가 꿈꾸었던 747이었다”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용산 철거민 참사 사건’에 대해서는 “정부의 무자비한 폭력이 자행한 국민 학살이다. 광주항쟁 때의 학살에 못지않다”며 거친 말을 계속 했다.

그는 또 “인터넷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닮은 점이 한국말을 잘 못 알아듣는다는 것이라고 한다”고 말해 다시 한번 소란을 일으켰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이에 대해 “그렇게 말한 분이 한국말을 잘 못 알아듣는 것 같다”고 응수했다.

뒤이어 질의에 나선 김효재 한나라당 의원은 “말이 비루해지면 사회가 좀먹고 썩는다고 했다”며 “화장실에 가서 귀를 씻고 오고 싶은 심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국민은 쿠데타 세력이냐”며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천 의원의 이날 질의에는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성순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와 만나 “대정부질문은 당원이 아닌 국민을 상대로 해야 한다”며 “천 의원에게 본회의장에서 몇몇 의원은 ‘잘했다’고 했지만 국민이 어떻게 볼지 두렵다”고 말했다.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국회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높지만 이번 임시국회의 대정부질문에선 ‘텅 빈’ 본회의장,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로비성 질의 등 구태가 사라지지 않았다. 정부의 답변도 무성의했다.

나흘간의 대정부질문 기간에 본회의장을 끝까지 지킨 의원은 평균 4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자리를 뜬 의원들은 “의원회관에서 TV로 봤다”거나 “국민을 상대로 하는 질의인데 다른 의원들이 꼭 자리를 채울 필요는 없다”는 등의 해명을 했다.

이번 대정부질문에서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한 총리는 야당 의원들의 공격에 “글쎄요…”라거나 “나도 바쁜 사람이다” “제가 영어는 좀 하는데…”라는 등의 답변을 해 야당의 반발을 샀다.

17일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이시종 의원(충북 충주)은 “이명박 정부에 충북은 없다. 충북 숙원 사업들은 대부분 배제됐다”며 지역구 문제를 제기했다.

한나라당 강길부 의원(울산 울주)도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의 상수도 문제 해결을 주문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