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년공동사설 어떤 내용 담았나

  • 입력 2009년 1월 2일 03시 00분


“천리마 운동 재현” 경제노선 과거 회귀

‘金위원장 중심 일치단결’ 내부단속 강화

북한이 1일 발표한 신년 공동사설은 ‘전반적인 보수화’와 ‘과거로의 회귀’ 기조가 두드러진다.

이달 20일 출범하는 미국의 새 행정부를 겨냥한 일부 전향적인 메시지를 제외하면 대남정책과 내부정책 모두에서 퇴행적 성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과 계속되는 경제위기, 북한 사회 내 자본주의 사상 유포 등으로 체제 유지에 대한 북한 권력엘리트의 자신감이 크게 약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 회복 노선의 과거 회귀=북한은 경제회생을 위해 사회주의 건설 초기의 ‘정치 도덕적 자극’과 ‘대중노선’을 강조했다.

이날 공동사설이 수차례 강조한 ‘강선의 봉화’는 ‘성강의 봉화’, ‘낙원의 봉화’, ‘나남의 봉화’ 등을 이은 대중 노력동원 슬로건.

강선은 평안남도 남포에 있는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의 옛 이름으로 김일성 주석이 1956년 이곳을 방문해 대중 노력운동인 천리마 운동을 시작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4일 이곳을 방문하면서 ‘강선의 봉화’ 슬로건이 나온 것이다.

1950년대 천리마 운동을 재현해 경제성장률이 높았던 1950, 60년대의 ‘천리마 대고조’ 시기로 돌아가겠다는 발상이다.

북한은 2001년 공동사설에서 실리와 효율을 위한 경제관리체계의 개선을 외치며 제한적인 개혁과 개방을 시도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수령 옹위와 사상전 강조=북한은 김 위원장의 후계 문제에 대비해 ‘수령독재’ 체제를 이완해야 한다는 불가피한 정치적 과제도 외면했다.

공동사설은 김 위원장이 아버지의 권력을 승계한 1970년대처럼 당 사업을 새롭게 전환하자며 또 과거를 회고했다. 지난해 ‘전설적인 강행군’을 한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할 것도 강조했다.

이어 “제국주의 사상문화적 침투와 심리모략전을 단호히 짓부시고 온 사회에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더욱 철저히 확립해 나가야 한다”며 남한 등에서 유입된 자본주의 사상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북한은 2001년 공동사설에서 ‘고난의 행군’을 끝낸 자신감을 피력하고 다가온 21세기를 전망했으나 2008년에는 “사회주의의 본태를 회복한다”며 태도를 바꿨다.

▽대남 비방도 대내적 불만 해소용=이날 공동사설은 지난해 남북관계 경색이 “북남 대결에 미쳐 날뛰는 남조선 집권세력의 무분별한 책동” 때문이라며 책임을 전가했다. 사설이 남한 정부에 퍼부은 극한적인 표현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0년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은 1999년 공동사설에서 집권 2년차인 김대중 정부를 향해 “남조선에서 정권교체가 있었다고 하지만 북남관계에서는 달라진 것이 없다”며 비난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당시보다 표현이 더 거칠고 분량도 많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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