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의 꽃’ 대변인 이후… 희비 엇갈린 정치궤적

  • 입력 2008년 11월 11일 02시 58분


뜬 입심- YS-DJ ‘야당의 입’ 거쳐 청와대로

쓴 입맛- ‘독설싸움’ 박형준-최재천 총선 고배

‘말’로 승부해야 하는 정치에서 대변인은 ‘정당의 꽃’으로 불린다. 당원이 뿌리고 줄기가 소속 의원과 지휘부라면 국민은 대변인을 통해 당의 상황을 보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비록 정당의 견해를 국민에게 전달하는 ‘대변(代辨)’의 역할이지만 대변인의 ‘말’에 따라 국민은 정치에 대한 생각이 바뀐다. 당의 지지도도 오르락내리락한다.

늘 언론의 주목을 받는 대변인은 많은 정치인이 꿈꾸지만 누구나 맡을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당의 견해를 적절한 순간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면 남다른 정치적 감각과 판단력 순발력 표현력을 갖춰야 한다.

최근 국정을 이끌었던 전직 대통령 3명이 모두 야당 시절 대변인을 지낸 사실은 대변인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두 차례(1963, 196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세 차례(1960, 1965, 196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 차례(1991년) 야당의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또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1988년 12월부터 4년 3개월 동안 대변인을 지냈고 그 후임으로 강재섭 전 대표,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가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이 밖에 이인제 박지원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 대변인을 거친 유명 정치인이 많다.

그러나 상대 진영을 향해 비수를 꽂아야 하는 최전선의 자리에 서 있는 만큼 상대당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본인이 입는 상처도 커질 수밖에 없다.

4년 10개월 동안 원내 제1, 2, 3, 4, 5당의 대변인을 모두 지내는 등 역대 최장수 대변인 기록을 세운 유종필 전 대변인은 7월 9일 민주당 대변인에서 물러나며 이같이 말했다.

“작은 개가 사납게 짖듯이 저도 사납게 말했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한 집단적 피해의식을 가진 소수야당(옛 민주당)의 대변인으로서 부득이한 측면도 있었지만 부덕의 소치다. …저의 말로 상처받았을 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대변인 오래 해 봤자 말의 악업(惡業)만 쌓인다.”

지난해 대선 당시 대변인으로 치열한 설전을 벌였던 한나라당의 박형준(현 대통령홍보기획관) 전 의원과 대통합민주신당의 최재천, 김현미 전 의원은 그 후 18대 국회 입성(入城)에 모두 실패했다.

한나라당 대변인을 지낸 이계진 의원은 “절박한 상황에서 쓰는 유머와 위트는 듣는 사람에게 여유로 받아들여진다”며 “저속한 표현으로 상대방을 약 올리기보다는 마음으로 하는 논평이 3자인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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