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검증 절충안’ 제시에도 北 되레 강경

  • 입력 2008년 8월 27일 02시 56분


핵시설 불시방문 - 우라늄 농축 의혹 등 이견

6자회담 제동… 中 중재 따라 반전 가능성도

■ 협상 쟁점과 향후 전망

미국이 제시한 핵 신고 검증체계 절충안에 대해 북한이 26일 ‘수용 불가’란 답변을 내놓으면서 북핵 6자회담이 좌초 위기에 빠졌다.

6월 26일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 이후 미국과 북한은 검증체계 수립을 위해 물밑 접촉을 벌여 왔으나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미국은 철저한 검증을 위해 핵시설 샘플 채취, 불시 방문, 미신고 시설에 대한 검증 등을 요구하는 한편 핵 신고서에 기술된 플루토늄뿐만 아니라 북한과 시리아의 핵 협력 의혹, 우라늄 농축 의혹 등을 모두 포괄해 검증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북한은 난색을 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역할도 쟁점이 돼 왔다. 미국은 북한에 IAEA의 핵사찰 방식과 유사한 검증 방안을 요구했으나, 북한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여 왔다.

성 김 미국 대북특사는 14∼16일 검증체계 수립을 위해 베이징 방문길에 올랐으나 카운터파트인 이근 북한 외무성 미주국장을 만나지 못했다.

중국과의 협의를 통해 검증 방안에 대한 일종의 절충안을 마련해 놓은 성 김 특사는 워싱턴 복귀 직후 북한 측과 연락을 취했고 그 결과 22일 뉴욕에서 북-미 회동이 성사됐다.

미국은 뉴욕 회동에서 기존 견해에 다소 탄력성을 부여한 ‘검증 방안’을 북한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미국의 약속 위반을 비난하며 ‘불능화 중단과 원상 복구’를 선언한 것이다.

북한 외무성 성명은 “미국이 이라크에서처럼 제 마음대로 가택 수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라고 비난했다. IAEA의 역할에 대해서도 “미국이 말하는 ‘국제적 기준’이란 1990년대에 국제원자력기구가 들고 나와 우리나라(북한)의 자주권을 침해하려다가 결과적으로 우리의 핵무기전파방지조약(NPT) 탈퇴를 초래했던 특별사찰”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북핵 6자회담의 검증 프로세스는 일단 제동이 걸리게 됐다.

특히 미국은 이달 말 민주당 전당대회, 다음 달 초 공화당 전당대회를 통해 각각 대선후보를 공식 선출한 뒤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들어간다. 또 미 행정부는 대선 국면에서 보수파의 도움을 받기 위해 북한이 극도로 민감해하는 ‘인권’ 문제를 북핵 협상과 연계시키는 발언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 얼마 남지 않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임기 내에 북핵 협상이 진전을 이루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북한이 영변 핵시설 불능화를 중단하고 이미 불능화한 조치마저 원상 복구할 경우 위기감은 더욱 고조될 수 있다.

그러나 한 외교 소식통은 “그동안 진행돼 온 협의에서 북한은 매우 협조적으로 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올림픽 폐막 이후 본격적으로 북한과 미국 사이의 중재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막판 변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얘기도 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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