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81일만에 정상화

  • 입력 2008년 8월 20일 02시 59분


與野 평행선… 與 “말로는 안돼” 강경

본회의 2차례나 연기하며 줄다리기

與 ‘국회심의’카드 정부설득 극적타결

■ 막판 협상 32시간

19일 여야가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및 원 구성에 합의하기까지 ‘32시간’ 동안 국회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과 창조의 모임(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의 공동 원내교섭단체) 등 3개 교섭단체는 18일 오전 10시부터 원구성 협상 타결이 이뤄진 19일 오후 5시까지 마라톤협상을 진행했다.

▽18일 오전=오전 10시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제 말로 해서는 안 되고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박희태 대표), “더는 기다리기 어렵다”(홍준표 원내대표)는 등 민주당을 제외한 채 원 구성에 돌입해야 한다는 강경 발언이 쏟아졌다.

자유선진당 의원총회에서 이회창 총재도 한나라당과 함께 원 구성에 나서겠다는 뜻을 비쳤다.

그러나 같은 시간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원내대표단은 국회의장 직권상정 움직임에 반발하며 한미 쇠고기 협상을 되돌리는 쪽으로 뜻을 모았다.

국회의장실에서는 의장비서실장과 정무수석, 공보수석 등이 직권상정 여부를 논의하는 등 국회 곳곳이 분주했다.

선진창조모임 권선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부터 선진당의 중재안을 갖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수차례 오가며 중재를 벌였다.

▽18일 오후=여야 협상이 계속 이어지면서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는 오후 5시, 7시로 계속 연기됐다.

오후 2시에 시작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대표단의 협상은 오후 10시까지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쇠고기 수입을 재개할 때 국회 ‘동의’로 할지 ‘심의’로 할지가 협상 변수로 떠올랐다. 선진당의 중재안은 ‘심의’였지만 민주당은 좀 더 강제성이 있는 ‘동의’를 고집했다. 심의의 주체를 국회본회의로 할지 상임위로 할지를 놓고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맞섰다.

오후 9시 한나라당 임태희,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이 “19일 오전 11시에 다시 협의한다”고 발표했다. 이후에도 3개 교섭단체는 한 시간 넘게 협의를 계속했다.

홍준표 원혜영 원내대표는 “타결짓지 못하면 서로 원내대표를 그만두자”는 이야기를 나누며 막판 협상 타결 의지를 다졌다고 한다.

▽19일=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오전 9시 각각 원내대책회의를 열었다. 홍 원내대표는 “협상 결과와 상관없이 오늘은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했고 원혜영 원내대표는 “마지막 협상을 하게 된다”며 긴장감을 높였다.

민주당은 오전 11시 반 ‘쇠고기 수입을 재개할 때 국회가 심의할 수 있는 권리는 양보할 수 없다’는 최종안을 한나라당에 전달했다. 권 원내대표는 협상에 자신이 배제됐다며 강하게 반발해 오후 회의에서는 3자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정오경 다시 협상이 시작돼 잠정 합의안이 나왔고, 1시간 뒤 홍 원내대표가 정부와 막판 조율을 해야겠다며 정회를 요청했다. ‘타결 임박’이란 말이 흘러나왔다. 오후 1시 반에 소집된 한나라당 긴급 최고위원회의는 잠정 합의안을 추인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정부 측의 조율이 잘 안 되는지 “그러니까 애초에 (정부가 미국과) 협상을 잘 했어야지”라는 홍 원내대표의 고함소리가 국회 원내대표실 밖으로 새나오기도 했다. 이후 여야 원내대표 회담장에 들어서는 홍 원내대표의 표정이 너무 어두워 회담 결렬 가능성이 대두되기도 했다.

오후 2시 반에 재개된 협상은 의외로 길어졌다. 본회의는 오후 5시, 6시로 계속 미뤄졌다.

그러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나라당 측에 “협상 내용이 환영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타결 가능성이 다시 점쳐졌다.

오후 5시 반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합의안에 서명을 했고 각 당은 의원총회를 열었다. 민주당 의총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가축법 개정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협상 결과에 반발해 원내대표단이 이를 설득하느라 본회의 시작이 30분 이상 늦어졌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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