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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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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총선 비례대표 당선자 공천 파동을 겪으면서 비례대표제의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치꾼들이 이런 허점을 노리고 비례대표제를 농락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 양정례(31·여) 당선자는 당 공천심사위원장도 모르는 상태에서 후보 등록 마감 직전에야 존재를 드러냈다. 유권자는 물론이고 당내에서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인물이 당의 얼굴이라는 비례대표 1번 자리를 차지한 것. 이는 법적으로 아무런 검증절차를 규정해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다.
명지대 교양학부 김형준(정치학) 교수는 “최소 3개월 전에 각 정당이 공직후보를 선정해야 한다는 것을 선거법으로 규정해야 이런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법에 의무조항으로 규정을 해야 후보가 선정된 뒤 언론이 검증을 할 수 있고, 문제가 있으면 교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후보 등록 때 선정된 결과만을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독일에서처럼 해당 후보의 선정 과정과 근거 등을 함께 제출토록 하는 방법이 있다.
이번에 드러난 또 다른 문제는 임명직의 성격이 강한 비례대표임에도 불구하고 당에서 제명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 창조한국당 이한정 당선자는 구속되는 순간까지도 “자진 사퇴하지 않겠다”고 했다. 자진 사퇴를 하게 되면 비례대표 당선자의 지위가 저절로 없어지지만 당에서 강제적인 방법으로 제명을 하면 당선자나 국회의원 신분이 그대로 유지되도록 현행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자진 사퇴를 하게 되면 후순위자가 비례대표를 그대로 승계토록 한 데도 허점은 있다. 예컨대 비례대표를 1명이라도 배출한 정당이 있을 때 1번 당선자가 몇 개월 뒤 자진 사퇴를 하면 후순위자가 국회의원이 되고, 이를 반복하면 여러 명의 ‘전직 국회의원’이 배출된다. 전직 국회의원이 되면 65세 이상이 됐을 때 월 100만 원씩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경희대 사회과학부 임성호(정치외교학) 교수는 “비례대표를 1번부터 순차적으로 뽑지 말고 일부 국가에서처럼 비례대표 후보자의 명단을 유권자들에게 제시한 뒤 고르도록 하는 방안이 있다”고 제안했다.
당 차원에서 보완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됐다. 김 교수는 “비례대표 후보를 뽑을 때 전문 분야 구분 없이 일괄적으로 후보 신청을 받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노동, 복지 등과 같은 분야를 정해 두고 받아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