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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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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선거 다 치러… 대표 더 할 생각 없어
정책은 민심 살펴야… 밀어붙이기 안돼
■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인터뷰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10일 “1987년 민주화 이후 한나라당이 여당이었던 시절, 총선에서 한 번도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적이 없었다. 굉장히 기쁘다”며 인터뷰 내내 환한 표정을 지었다.
강 대표는 “내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여러 얘기를 나누고, 다음 주에는 당선자 워크숍을 열어 18대 국회 상임위원회 배치 준비도 하고 민생경제 살리기 특별기구에 모두 배치해 마음 자세를 가다듬게 하려고 한다”며 의욕을 보였다.
―이번 총선의 의미는…
“국민들이 작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었고 이번에 정권교체 마무리를 해 줬다. 힘 실어주고 열심히 일하라는 명령으로 본다. 과반수가 시작되는 150석에 3석을 더해 준 것은 엄청난 사건이다. 1988년 13대 총선 이후 여당이 이만큼 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대선 직후 총선을 하다 보니 대선의 연장전 또는 패자부활전처럼 돼버렸다. 많은 정당이 난무했고 국민이 혼란스러웠다. 이런 상황에서 과반 의석을 얻은 것은 기적이라고 본다. 그런데도 처음 기대치보다 낮아지니까 빛이 좀 바랜 것 같다.”
―지지 기반인 영남에서의 성적이 좋지 않다.
“민심이 무섭다. 수도권에서는 생각보다 더 많이 나왔고, 영남은 공천 후유증이 컸다. 영남 지역 공천 결과는 솔직히 충격적이었다. 내 생각과 다르게 공천심사위원회 안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속았다’고 했는데, 그러나 대표 입장에서 ‘나도 속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이런저런 억울한 사람들을 보듬기 위해 내가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이다. 장기적으로 영남에서 무소속이나 다른 정당이 많은 의석을 확보하는 게 정치발전을 위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강 대표도 눈에 안 띄게 가까운 사람을 여럿 공천했다는 말이 있다.
“당의 필요에 따라 중요한 자리에 기용했고 열심히 일한 사람들은 좀 챙겨주라고 공식적으로 얘기한 게 전부다. 그중에 된 사람도 있고 안 된 사람도 있다.”
―친박연대나 무소속 당선자 등의 복당, 합당 문제가 논란이다.
“다 받아들이면 바로 당 화합이 되지만, 여당이 막 몸집 불리기에 나서면 황금분할을 만들어준 총선 민심을 왜곡하는 것이다. 야당에서는 바로 공작정치라는 얘기도 나오지 않겠나. 정당 대 정당으로 뭘 할 생각은 전혀 없다. 시간을 두고 검토할 문제다.”
―향후 국정과 당 운영에서 박 전 대표와의 협력이 중요해졌는데….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당 대표는 국정의 동반자이자 정치 파트너이다. (박 전 대표도) 그렇게 해주길 바란다. 대통령도 (박 전 대표에게) 조금 아쉽게 한 부분이 있으면 더 잘하고 해야지.”
―당권에 다시 도전할 생각은 없나.
“당에 훌륭한 사람이 늘 있다. 세대교체도 돼야 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활동할 무대도 줘야 한다. 나는 2년 동안 중요한 선거를 다 치렀는데 지금으로선 별로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총선 결과 당 지도부에 일부 공백이 생겼는데….
“내 임기가 7월 10일까지인데, 언제까지 대표를 하는 게 적절한지 판단해 보겠다. 어차피 당 대표를 계속할 것도 아닌데, 원외가 6월에까지 대표한다고 너무 오래 질질 끌고 갈 필요가 있나. 당직 개편은 새 대표가 와서 해야 하지 않겠나. 전당대회 때까지 땜질용으로는 검토해 보겠다.”
―공천을 반납하고 불출마 선언을 한 후 지원유세에 전념했는데, 아쉽지 않나.
“이미 5선 의원인데, 의원 24년이나 20년이나 별 차이가 없다. 원래 국회의장 할 생각이 없었으니까 배지 던진 건 후회 없다. 내가 희생해서 억울하다는 사람 스트레스 해소 좀 시켜주지 않았겠나. 불출마 선언한 날(3월 23일) 박 전 대표가 공천 문제에 대해 그렇게 섭섭해 하면서 (골프로 치면) 러프까지 가 있었는데 오비(OB·경계 이탈) 나면 안 되니까 내가 결단을 한 것이다. 불출마를 결심하고 나니까 기분이 좋아져서 호흡이 좋아지더라.”
―불출마를 누구와 상의했나.
“아무와도 상의하지 않았다. 마누라하고도 상의 안 했는데, 뉴스를 보고 문자를 보냈더라. 보통 때는 ‘OO 엄마’라고 보내는데, 정치와 관련해선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뜻으로 ‘바보 마누라’로 보낸다. 그날 ‘뭔지 모르지만 시원합니다. 나는 믿습니다. 바보 마누라’라고 문자를 보냈더라.”
―11일 이 대통령을 만나는데, 무슨 말을 할 건가.
“‘국민이 이 나라를 제대로 변화시킬 수 있는 의석을 충분히 줬으니까, 의미를 잘 새기고 민심을 잘 받들어 일해 달라. 우리도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겠다.”
―야당에 하고 싶은 말은…
“여의도식 정치에 환멸감을 느끼니까 우리도 야당도 자세를 고쳐서 잘해 나가자. 강행 통과나 단상 점거 같은 것은 서로 안했으면 좋겠다. 우리도 민심과 국민여론을 잘 봐가면서 정당한 정책으로 해야지, 무조건 밀어붙이기식으로는 안 해야 한다.”
―앞으로 거취는… 5년 뒤도 있는데….
“세월이 약이다. 이제 세월을 낚아야지. 나이 60이 됐는데 아주 딴 판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볼까 싶기도 하다.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해놓은 게 없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