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9>박맹우 울산시장

  • 입력 2008년 3월 13일 03시 07분


“결국은 일자리입니다.” ‘부자도시’ 박맹우 울산시장은 “시장경제를 제대로 하면 기업이 자생적으로 일자리를 만든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인위적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은 망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최소한의 공무원으로 울산시를 경영하는 ‘엄한 시장’의 모습이었다. 울산=최재호 기자
“결국은 일자리입니다.” ‘부자도시’ 박맹우 울산시장은 “시장경제를 제대로 하면 기업이 자생적으로 일자리를 만든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인위적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은 망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최소한의 공무원으로 울산시를 경영하는 ‘엄한 시장’의 모습이었다. 울산=최재호 기자
박맹우 울산시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김두겸 남구청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과 함께 고무보트를 타고 태화강 수질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박 시장은 2002년 7월 취임 후 태화강 회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05년부터 매년 전국에서 3000여 명이 몰려드는 태화강 수영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 제공 울산시
박맹우 울산시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김두겸 남구청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과 함께 고무보트를 타고 태화강 수질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박 시장은 2002년 7월 취임 후 태화강 회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05년부터 매년 전국에서 3000여 명이 몰려드는 태화강 수영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 제공 울산시
《1인당 소득 4만 달러. 탄탄한 기업체들이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그래서 빈부차가 크지 않으며, 강가에 서면 백로와 수달도 볼 수 있는 기업·생태도시. 울산의 오늘은 우리가 꿈꾸는 미래 한국의 모습일 수 있다. 여기에 노사가 화합해 성장과 번영까지 함께 나눌 수 있다면.

박맹우 울산시장은 11일 울산시청 집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산업근대화를 태동시킨 곳이 울산”이라며 “울산이 곧 한국의 미래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대한석유공사(지금의 SK에너지)가 1963년 첫 삽을 뜬 공장이 울산입니다. 짧은 시간에 산업화에 성공함으로써 우리는 저력이 있다는 것을 울산이 보여줬습니다. 울산이 우뚝 서면 이웃 산업도, 도시도 덩달아 발전하게 돼 있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에 앞장섰던 울산은 이제 선진화에 총력을 다할 것입니다.”》

“일자리가 최고 복지… 이젠 노사 화합의 도시로”

―2006년 울산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4만154달러로 전국 평균의 2.2배가 됐다. 부자 도시가 된 비결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발전 지향적인 정책을 펴려고 노력했다. 기업 민원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기업하는 사람이 존경받는 풍토를 만들려고 애썼다.”

―2005년부터 시작한 ‘기업사랑운동’을 말하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가 참 묘하다. 기업 덕분에 먹고 살면서도 기업에 대한 고마움을 잘 모른다. 기업인들은 자기의 모든 것을 던져서 성공했다. 그 기업의 소중함을 모르고 기업도시 울산이 계속 발전할 수 있겠나. 기업인들이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게 기업사랑운동의 취지다.”

―소득이 높아지면 양극화는….

“울산은 다른 도시보다 양극화 현상이 훨씬 적다. 기초생활수급권자의 전국 평균 비율이 5% 선인데 울산은 절반 수준이다. 빈곤화율은 전국 평균의 3분의 1이다. 고소득자가 많고 일자리도 많기 때문이다. 최고의 복지가 일자리 아닌가.”

―그런데도 지난주 현대자동차 일부 노조에서 생산공장별 일감을 놓고 불법 파업이 일어났다.

“현대차 등 대형 사업장의 노사문제는 지역경제의 최대 현안이다. 1987년 이후 매년 파업으로 10조8000억 원의 손실을 봤다. 파괴적인 노사관계는 지양해야 한다. 지난해 현대차가 10년 만에 임금단체협상 무분규 타결을 이룩해 우리 시에선 올해를 ‘노사무분규 원년의 해’로 정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노사문제에 간여하기 어렵고 방법도 마땅치 않다. 노사 간에 대화를 주선하고 화합적인 노사관계를 갖도록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있다.”

―불법파업에도 시에서 대처할 방법이 없다면 자치경찰제가 시행될 경우 시장이 대처할 수 있나.

“자치경찰이 노사 현안에 깊이 개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기본적인 질서 유지 차원에서는 자치경찰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새 정부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자치경찰도 어쩔 수 없다면 울산이 ‘노조하기 너무 좋은 환경’이 아닌가.

“지금까지는 부분적으로 그런 오해를 받을 만한 상황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이다.”

―어떻게 달라질 것이라는 얘긴지.

“노사가 건강하게 협상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다만 불법행동에 대해선 중앙정부가 노사 모두 엄정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비정규직법에도 노사 모두 불만이 많다. 깊이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관건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인데….”

―해고도 고용도 자유로워야 한다는 의미인가.

“해고라는 말은 쓰지 말고…. 자유시장경제에서 모든 일에는 시장경제 원리가 존중돼야 한다. 그 전제하에 약자를 보호하고, 간섭은 줄이면서 모순점을 보완해 주는 방식이어야 한다.”

―공직사회야말로 시장경제 원리가 작동되기 힘든 곳인데….

“울산의 ‘공직 철밥통 깨기’가 화제다. 예전에는 능력 없는 공무원은 한직으로 돌렸다. 이렇게 하면 일도 안 하는데 월급은 꼬박꼬박 주는 셈이 된다. 우리는 능력 없는 공무원을 ‘시정지원단’에 배치해 쓰레기 분리수거나 하수 처리 같은 일을 하도록 했다. 지난해 4명을 이런 식으로 재교육해서 세 차례 평가해 전원 업무에 복귀시켰다. 건국 이래 처음이다. 올해는 5명이 시정지원단 소속이다. 지금 울산시청은 정원보다 180여 명이 적다. 그만큼 엄하게 군살을 뺀 것이다. 2010년까지 정원의 12.4%인 305명을 줄여 예산도, 세금도 절감할 생각이다.”

―그런 방식이면 지방분권도 가능할 것 같다.

“지난 정부 초창기엔 지방분권 정책을 강조했지만 실질적으로 이뤄진 것은 별로 없다. 노무현 정부의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했다. 개혁적인 정책은 초기에 집행해야 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중앙정부의 반대 논리의 목소리가 커지고 대통령 의지도 약해지면서 흐지부지됐다. 이제는 지방도 능력이 있고 책임 행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는 지방에 많은 권한을 이양할 필요가 있다.”

―울산도 정부 규제 때문에 어려운가.

“당장 공장 용지 확보가 쉽지 않다. 절대농지에 묶여 있고 그린벨트에 들어가 있어 땅을 찾기가 무척 어렵다. 공장을 지으려면 4, 5년은 걸린다. 규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토지 문제부터 발상을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은데 산을 활용해서 공장을 지으면 어떤가. 모든 것을 금지하고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포지티브 시스템’ 규제로 둘 게 아니라 다 풀어주고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울산 학성고 같은 지방 명문 고교가 8년 전 평준화되면서 공교육의 질이 떨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방 인재들은 어떻게 키우나.

“고교평준화 제도는 수준을 끌어내리는 정책이다.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소한의 경쟁은 발전의 원동력인데 인위적으로 경쟁을 배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고, 과학고교와 외국어고교 등을 두어 인재를 키우고 있다. 내년엔 세계적 이공계 대학을 목표로 한 울산과학기술대가 개교한다.”

―이것만은 꼭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과거엔 미국이 여유를 부리고 중국과 인도는 잠을 자고 있었다. 러시아는 공산경제였고.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나라마다 경제를 위해 드라이브 거는 마당에 우리만 옛날 생각으로 절차를 따지면 다 놓친다. 그러다 다른 나라보다 한참 뒤처진 우리의 모습을 어느 순간 발견할 것이다. 모두 정신 차려야 할 때다.”

대담=김순덕 편집국 부국장

정리·울산=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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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맹우 시장은

△울산 출생(58세) △국민대 행정학과 졸업, 경남대 행정학 석사, 동의대 행정학 박사 △행정고시(제25회) 합격 △내무부 종합상황실장(1989∼1991년) △경남 함안군수(1995∼1997년) △울산시 내무국장(1997∼1998년) △울산 동구청장 권한대행(1998∼2001년) △울산시장(2002년∼)

▼“되살아난 태화강 후세에 교훈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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