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3>박광태 광주시장

  • 입력 2008년 3월 6일 03시 00분


박광태 광주시장은 5일 인터뷰에서 “지방자치단체는 현실적으로 타당하면서도 국가 발전에 부합하는 지역 개발 프로젝트를 개발해 중앙정부에 국비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며 “대통령이나 집권여당이 정치적으로 지역 개발 프로젝트를 결정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광주=박영철 기자
박광태 광주시장은 5일 인터뷰에서 “지방자치단체는 현실적으로 타당하면서도 국가 발전에 부합하는 지역 개발 프로젝트를 개발해 중앙정부에 국비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며 “대통령이나 집권여당이 정치적으로 지역 개발 프로젝트를 결정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광주=박영철 기자
박광태 광주시장이 첨단산업으로 광주시가 육성하고 있는 광(光)산업 분야의 대표기업 LG이노텍을 지난해 말 방문해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제공 광주시
박광태 광주시장이 첨단산업으로 광주시가 육성하고 있는 광(光)산업 분야의 대표기업 LG이노텍을 지난해 말 방문해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제공 광주시

“호남고속철, 경제성만 봐선 안돼… 2012년 완공해야”

《박광태 광주시장은 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수 엑스포의 성공을 위해서는 2012년 호남고속철의 조기 완공이 꼭 필요하다”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배려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살리기에 성공하면 호남지역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도시 인프라 업그레이드와 국제적 이미지 상승을 위해 2013년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광주로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국민적 성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담=김상영 편집국 부국장

- [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1〉김진선 강원지사
- [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2〉김완주 전북지사
- [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 <3>박광태 광주시장

―이번 대선에서 광주지역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9% 가깝게 나와 역대 대선의 한나라당 지지도보다 3배 정도 높았는데 무슨 의미인가.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실망이 컸다. 열린우리당도 광주에서 완전히 외면받지 않았다면 해체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지역 역시 이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크다. 경제인들이 특히 지지를 많이 했다. 광주 경제만 살아난다면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한 정치적 지지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일부에서 ‘호남 소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내각 인사에 대한 불만도 있고….

“민주주의에서 권력 교체는 순리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오히려 지역 괄시를 받았다. 이해찬 총리가 호남고속철 못해 주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공약만 있었지 실천은 없는 정부였다. 새 정부의 내각 인사에 대해 상당히 서운했던 것은 사실이다. 나중에 차관이라도 많이 들어가서 다행이다.”

―이명박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전국 시도지사협의회장을 맡았고 내가 부회장을 한 적이 있다.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지자체장을 해봤기 때문에 지자체에 대한 애정이 깊고 시도지사의 애로사항을 잘 알고 있다.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도 당시 서울시 부시장으로 협의회 실무간사를 맡았기 때문에 지자체와 협조가 잘될 것으로 기대한다.”

―박 시장은 취임 이후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을 잘 받아내 ‘국비 확보의 귀재’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들었다. 앞으로도 가능할까.

“아직도 지역개발 프로젝트가 대통령이나 집권여당의 일방적 지시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민주화 이후 이런 관행은 거의 사라졌다. 시도가 마련한 프로젝트가 얼마나 현실적이고 국가 발전에 부합하느냐에 따라 국비 지원 여부가 결정된다. 이런 메커니즘을 잘 알기 때문에 창의적이고 설득력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마디로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

―광주시가 지난해 광역시로서는 3번째로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했는데 올해 전망은….

“만년 소비도시로 산업기반이 별로 없던 광주가 울산, 인천에 이어 수출 100억 달러 시대를 연 것은 생산도시, 수출도시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지표다. 대외 여건은 안 좋지만 올해도 두 자릿수 이상의 수출 증가율을 이루겠다.”

―수출 증가가 기아자동차와 삼성전자 백색가전 공장 등 일부 대기업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다.

“광주는 광(光)산업의 중심도시이고 요즘 금형산업도 육성하고 있다. 내가 직접 미국 디트로이트에 가서 5억 달러어치 수주를 해와 광주지역 금형공장에 나눠줬고 물량이 남아서 경기 부천 등 다른 지역에 나눠줬다. 대기업은 물론 첨단 중소기업이 공존하는 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백색가전은 사양산업이어서 수출 실적이 줄어들 것이라는데….

“결코 사양산업이 아니다. 디지털 시대의 가전산업은 첨단산업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물론 값싼 제품을 생산하는 라인은 해외로 나가야 하지만 고부가가치의 백색가전은 여기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한때 광주지역에 노사분규가 많아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광주지역 노사분규 건수는 2004년 35건(전국 462건)을 정점으로 매년 크게 감소해 작년에는 2건에 불과했다. 비정규직 문제, 산별교섭 도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불안요인이 많았는데도 극단적인 노사갈등이 발생하지 않았다. 지역경제 살리기의 관건인 투자 유치를 위해 안정된 노사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렸다.”

―호남고속철은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지므로 연기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012년 완공을 꼭 시켜야 한다. 그래야 2012년 여수 엑스포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호남고속철을 경제성으로만 보지 말아 달라. 경부고속철도 지금 당장은 경제성이 맞지 않는다. 철도 등 사회 인프라는 경제논리만으로 봐서는 안 된다. 사업 자체는 경제성이 없더라도 전체 지역경제에 대한 파급 효과를 생각해야 한다.”


▼영상 촬영 : 박영철 기자

―2013년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행사를 꼭 해야 하나.

“광주는 국제 스포츠 행사를 해본 적이 없다. 200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국제회의, 2007년 세계 여성인권포럼을 해보니 시민들의 자긍심이 높아지고 국제적 이미지가 올라가는 경험을 했다. 국제 스포츠 행사 개최만 확정되면 국비로 도시 인프라를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다. 부산은 아시아경기대회 때 국비 5조 원을 받았다.”

―행사가 적자로 끝나 시 재정이 나빠질 수도 있지 않은가.

“요즘 국제 스포츠 행사는 행사 자체에서도 수익이 남는다. 대구가 지하철 사고 이후 침체됐다가 하계 유니버시아드 이후 분위기가 살아났고 돈도 600억 원을 남겼다.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개최하면 1만 명 정도가 와서 돈을 쓰고 간다. 3만 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 지역경제에는 큰 도움이 된다. 현재 러시아(카잔), 스페인(무르시아 및 비고)과 3파전으로 5월경 개최지가 결정되는데 국민적 성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다른 지자체도 그렇지만 청년 실업률이 9%로 상당히 높은데….

“광주지역에만 전남대, 조선대 등 13개 대학이 있다. 광주의 산업기반으로는 이들 대학의 졸업생을 모두 소화할 수 없다. 기업을 더 유치해야 한다. 다행히 광주는 기술 인프라가 잘돼 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광주분원, 생산기술연구원 등 연구소가 많아 연구개발(R&D)특구가 될 조건을 다 갖췄다. 기업 유치에 중요한 조건 중 하나를 갖춘 셈이다. 대구 등 다른 지자체가 이런 점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광주는 진정한 산학협동도 제일 먼저 시작했다.”

―중앙정부가 꼭 챙겨 줬으면 하는 지역 현안 3가지를 든다면….

“호남고속철 조기 완공, 호남 운하, 노인복지타운 실버피아 사업에 대한 중앙부처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정리=이병기 기자 eye@donga.com

■“일자리 + 복지 ‘실버피아’ 전국 은퇴자 끌어들일 것”

“광주를 실버피아(노인천국)로 만들어 전국의 은퇴자를 끌어들이겠습니다.”

박광태 시장은 인터뷰 말미에 노인복지 문제를 거듭 언급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갈수록 늘어나는 복지예산 부담에 힘겨워하고 있지만 그는 ‘돈 버는 복지산업으로의 전환’이라는 시각을 제시했다.

박 시장은 “전체 예산 가운데 22.6%인 5830억 원을 사회복지 분야에 사용해 노인 일자리를 만들고 노인이 복지와 휴양, 스포츠를 함께 즐기는 ‘실버피아’ 개념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광주시가 남구 노대동 일대 40만9000m²에 건설 중인 ‘빛고을 실버타운’(연면적 5만5039m²)은 그 기반이 되는 시설. 51%의 건축 공정을 보이고 있으며 9월 노인복지회관(가상건강체험실 물리치료실 등)과 문화센터, 종합체육센터(수영장 헬스장 등)부터 문을 열고 내년 말에는 골프장과 골프연습장이 개장한다.

여기에 퇴행성노인전문병원(250병상)과 노인치매병원(130병상) 재활전문병원(150병상) 등 의료단지가 2010년을 전후해 문을 연다. 노인들이 치료를 받고 여가를 즐기는 ‘원스톱 복지’ 개념에 관련 의료산업단지 기능을 더한 은퇴자 리조트 단지다.

박 시장은 “고령자들의 높은 소득과 교육수준은 고령 친화 산업의 성장기반”이라며 “광주를 노인 건강복지산업의 중심도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노인 인구(65세 이상)는 지난해 말 현재 11만3800명(8.1%)으로 유엔이 정한 ‘고령화 사회’(노인 비율 7.0% 이상)에 진입했다.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박광태 시장은

△전남 완도 출생(65세) △조선대 법정대 상학과 졸업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노동국장 △평화민주당 인권국장 △제14∼16대(1992∼2002) 국회의원 △국회산업자원위원장 △광주시장(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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