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재정 ‘한은 통제’ 시사

  • 입력 2008년 3월 5일 02시 58분


“한은 서구식 개혁했다면 권한 줄었을텐데…”

한은 측 “독립성 낮은편” 반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은행의 과도한 권한을 지적하는 취지의 발언을 해 한은이 발끈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예상된다.

강 장관은 4일 재정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우리 중앙은행 제도는 일본식을 그대로 이어온 것이다. 과거 한은에 ‘선진국 중 아무 국가의 중앙은행 모델을 추천하면 그대로 개혁해 주겠다’고 했는데 한은이 나중에 ‘한국적으로 개혁하겠다’고 하더라. 당시 어떤 국가를 골랐어도 지금의 한은보다 권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강 장관이 재정경제원 차관으로 한은법 개정을 추진하던 1997∼98년 당시 한은이 서구 선진국 모델을 거부함에 따라 지금 같은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됐다는 취지다. 한은의 권한에 대해 일정 부분 통제가 필요함을 시사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강 장관은 또 “미국 등도 환율 정책을 재무부에서 직접 맡는다”며 정부가 외환 정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했다. 이는 재경부가 파생상품에까지 손대면서 무리하게 외환시장에 개입해 2조 원 가까운 손실을 낸 2003년 이후 약화된 환율 정책 주도권을 되찾아 오겠다는 의도로 읽히는 발언이다.

이에 대해 한은의 한 관계자는 “유럽연합(EU) 출범 이전 독일 중앙은행 등의 경우 헌법기관으로서 권한이 막강했고, 미국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이사 임기가 14년으로 한국(금융통화위원 임기 4년)보다 훨씬 길어 독립성이 매우 높다”며 “경제 선임 부처 장관이 말을 이렇게 하면 시장에 큰 충격이 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도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각국 중앙은행을 평가하는 보고서에서 옛 재경부 차관이 금통위에 참석해 발언할 수 있는 등 한은의 독립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며 “선진국 중엔 일본 중앙은행이 유일하게 한국보다 독립성이 낮게 나왔는데 무슨 얘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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